입덧약이 어째서 비급여죠?
어디까지 참아야 하는가
남편과 손잡고 방문한 산부인과. 집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산책 삼아 걸어가기 좋은 이 병원은 알고 보니 경기도에서 꽤 유명한 곳이었다. 임신 전에는 잘 몰랐던 사실이지만 내가 임산부가 되어보니 훌륭한 산부인과 근처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 샘솟았다.
토요일이라 대기가 길었다.
"저출산이라더니 다 거짓말이야."
툴툴대는 나를 남편이 달랬다.
"펭귀니님. 들어오세요."
떨리는 마음으로 진료실 문을 열었다.
태아심음소리가 확인되자마자 바우처카드와 임산부 키트, 산모수첩이 제공되었다. 초음파 사진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한창 입덧이 심해지고 있어 주치의 선생님께 복용 가능한 약이 있는지 여쭤봤다.
"비급여라 좀 비싸긴 한데요. 그래도 필요하시면 처방해 드릴게요."
당장 직장근무도 해야 하고 소화제를 함부로 복용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처방받기로 결정했다.
"5만 원입니다."
충격을 받았다. 저출산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데 어째서 입덧약이 비급여인가? 바우처카드로 결제하면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어려웠다.
임신 전 몸을 다쳐 파스와 동거동락해 왔기에 약사님께 조심스레 여쭤봤다.
"임신 중 사용가능한 파스제품이 있나요?"
"그런 건 없어요. 온찜질하시거나 마사지를 받으셔야 할 거예요."
왼쪽 어깨와 팔 통증으로 힘겨웠지만 파스로 그럭저럭 연명하며 버텨왔는데 이제는 그조차도 안된다. 알아보니 임산부는 임신 중 건드리면 안 되는 혈자리가 있어 산전마사지를 받는 게 좋다고 한다. 집 근처 산전마사지 전문샵을 검색했다. 가격이 제법 비싸다. 한숨이 푹 나왔다.
'파스가 짱인데...'
파스 하나 내 마음대로 못 붙이는 현실이 답답했다. 더군다나 임신, 출산은 질병이 아니기에 실손보험 청구가 불가능하다. 물론 국가에서 바우처카드를 제공하지만 내 경우 입덧이 심해 약 처방을 자주 받았고 임신 중기에 넘어져 응급으로 초음파를 확인하는 이벤트로 출산하기도 전에 소진되어 버렸다.
임신을 계획한다면 사전에 신체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임산부가 되는 순간 태아보존을 위해 적극적인 치료가 어렵기에 임신이 아니라면 충분히 치료가능했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만성적인 질환으로 진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기에 이미 일어난 일이라면 수용할 필요가 있다. 임신 기간 내내 악화되는 몸상태로 다시 회복하지 못할까 전전긍긍했던 것이 후회된다. 나의 걱정이 우리 사랑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을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프다.
몸을 다친 임산부라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치료를 받되 적극적 개선보다는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에서는 임산부에게 의료비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만성통증으로 꾸준히 한의원 치료를 받아야 했던 나에게는 빛과 소금 같았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국가의 혜택으로 도움받는 순간마다 잘 버텨보자며 마음을 다잡았다.
여성의 가임연령은 15세~49세이며 만 35세 이상의 경우 노산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산모의 나이가 어릴수록 고가의 산전마사지나 비급여인 입덧약 처방은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임신 기간 내내 파스 생각이 간절했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산전마사지와 도수치료, 한의원 침치료로 버텼다. 다친 곳 치료 중에 찾아온 아기. 이는 나의 특수상황이며 임신을 받아들이기로 선택했기에 스스로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다만 입덧약이 어째서 비급여 항목인지는 아직까지도 미스터리다.
임신은 여성의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나와 같은 특수상황에 처해있는 임산부라면 더욱 고려할 점이 많다. 임신기간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출산율을 높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입덧은 대부분의 임산부에게 일어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신체반응이다. 그런데 비급여라고? 이것까지 참아야 제대로 된 엄마인가? 모성애를 강요하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