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갚는 마음에 관하여

도움 주고 도움받고, 선순환의 기쁨

by 펭귀니


입원 38일 차에 남기는 입원 37일 차 이야기.


얼마 전 공무원으로 근무 중인 친구가 병문안을 왔다. 오랜만에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친구가 목과 어깨 통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나와 증상이 비슷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현재 치료받고 있는 주치의 선생님을 소개했다.


"나 만나러 온 김에 침치료받아본다 생각하면 되잖아."


침은 처음이라며 두려워하는 친구를 안심시켰다.


드디어 다가온 D-day.


외래에서 만난 친구의 표정은 잔뜩 굳어있었다.


"별거 아냐. 치료받고 효과 보면 계속 생각날걸?"


친구가 치료받는 동안 입원병실에 누워 마음 졸이며 연락을 기다렸다.


'과연 어땠을까?'


궁금하던 찰나 휴대폰이 울렸다.


무단외출은 강제퇴원의 씨앗이 될 수 있기에 꿈도 꾸지 않았다. 토요일에 퇴원할 때까지 고분고분한 환자컨셉을 유지해야 한다.


"불고기필라프 청양맛 2개요!"


비록 외출은 못해도 휴게실에서 필라프를 즐기면 되니 상관없다. 배달팁은 아까우니 직접 가게로 가지러 가야지. 이게 바로 슬기로운 입원생활이다. 아함. 그렇고 말고.


"어땠어?"

"불편한 부분 콕콕 집어 치료해 주시는 게 신기했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치료가 마음에 들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던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다. 내친김에 병원에서 치료후기 작성 후 받은 찜질팩까지 선물했다.


"넌 좋겠다. 나 같은 친구 있어서."


꼴값을 떨었지만 친구는 빙긋이 웃기만 했다.


"다음날 아침이 중요해. 출근하려면 바쁠 테니 보기 중에 하나로 알려줘. 알겠지?"


세심한 멘트로 마무리하고 친구를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했다.



친구가 나에게 은혜를 갚겠다고 한다. 역시. 좋은 건 뭐든 나눠야 한다. 친구가 아프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주치의 선생님께 다시 한번 부탁드렸다.


"친구 꾸준히 치료받아본다고 하니 잘 좀 부탁드릴게요."

"그럼요. 잘 봐드릴 테니 걱정 마세요."


누구도 나처럼 아프지 않으면 좋겠다.

먼저 아파봤기에 친구의 고통이 남 일 같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주치의 선생님과 병원에 기여하게 되었다.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환자를 싫어할 의사가 있을까?

곧 나에게도 좋은 일이다.


'아파본 경험으로 다른 이를 돕는 꽤 괜찮은 사람이구나'


스스로를 마구 칭찬해 준다.


이틀 뒤 토요일에 퇴원하기로 확정되었다.

돌아가면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내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무려 40일간의 입원기간 동안 아기를 보살펴주고 나의 회복을 기다려 준 소중하고 고마운 가족.


이젠 내가 보답할 차례다.


어서 집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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