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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Sep 16. 2022

남이 해주면 그게 정리인가요?

신박한 정리 2

'신박한 정리'가 휴식 기간을 거치고 시즌 2로 돌아왔다.

첫 방송에 비정상 회담에서 낯이 익은 브라질 출신의 카를로스와 구혜원씨 부부의 집이 소개되었다. 신혼살림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잡다한 물건이 정리가 안된 상태로 있어서 방송을 신청했다고 한다. 늘 결과는 마법의 수준이다. 새 가구를 들여놓지 않아도 이렇게 정리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또한 남편이 결혼 전부터 살던 집에 아내가 들어오는 경우 새로운 정리를 하지 않게 되면 아내가 마치 자신도 또 하나의 짐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 같은데, 정리 후에 자신만의 공간과 같이 있는 공간을 구분하게 되면서 비로소 평등한 파트너가 될 희망을 보여주었다. 애초에 새 출발하는 공간은 함께 계획하고 꾸미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예전에도 여러 번 연예인의 집을 정리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흥미롭게 보았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마음을 물건에 투사하므로 집안의 가구나 물건의 종류, 양, 배치 등이 그 사람의 마음의 상태를 상당 부분 말해준다. 남의 집을 훔쳐보는 것에서 나아가 남의 마음까지도 훔쳐보는 재미 때문에 이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닌가도 생각된다.

내가 예전에 인생 철학이 있다며 좋아했던 연예인이 알고 보니 저장 강박증을 의심할 정도로 물건을 집에 쌓아놓고 산다는 것을 알고 실망한 적도 있었고, 자신의 집 정리를 남에게 맡기는 것이 과연 진정한 정리인가 하는 의문이 있고, 저 많은 쓰레기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회의가 있었지만 어떤 경우는 결과가 훌륭해서 전문가의 필요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정리의 첫걸음은 일단 필요 없는 물건들 버리기인데, 사람들이 생각보다 물건에 마음을 투사해서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정리를 의뢰한다는 사실 자체가 물건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을 본인이 인식한 경우이므로 일단 작업이 시작되면 의뢰인들이 자진해서 많은 물건을 처분한다.

일부 사람들은 기부하니까 버리는 것은 아니라며 죄책감을 덜어내지만 버리는 물건이 더 많고,  본질적으로 약간의 기부로 과도한 물건을 사들인 것을 합리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버리는 물건의 양은 상상을 초월하게 많아서 몇 톤 트럭 여러 대에 실어서 나가게 된다.


그러나 한편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끄집어내서 자신의 물건이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엉망진창 상태로 처박혀 있었는지 보고 자신의 머릿속도 똑같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다음 단계가 남은 가구와 물건들을 적재적소에 재배치하고 정리하는 것이다. 이 작업도 자신이 직접 해야 의미가 있겠지만 여러 에피소드를 보니 어떤 경우에는 안목이 부족해서 가구 배치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전문가의 조언이 절실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지나치게 많은 옷이나 소품을 수많은 인력을 투입해서 대신 정리해 주는 것은 진정한 정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비교적 좋게 평가하는 점은 전문가가 정리의 철학을 가지고 있어서 가구나 정리 도구를 새로 사지 않고 그 집에 있는 것들을 재배치해서 훌륭한 결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또한 전문적으로 공간계획을 해서 공간의 역할과 주인을 정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거기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감과 독립감을 느낄수 있다.

     

-어떤 의뢰인은 자신의 신발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가 꺼내놓고 놀라고 많은양을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 준다.

-어떤 이는 자신이 과거에 체험한 흔적들을 모두 물건으로 쌓아두고 살다가 정리하고 사진으로 만들어 파일에 보관한다.

-결혼 후 남편이 주인공인 인생에 얹혀사는 듯 자기 자리를 못 찾던 아내가 자신만의 공간을 찾는다.

-재혼 후 각자의 과거의 짐을 비우지 못했던 커플이 새로운 조합으로 공간을 배치하고 새 출발 한다.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필요해진 독립적인 공간을 배정한다.

      

무엇보다 의뢰인이나 그의 가족들이 공간 정리의 결과물을 보고 느낀 감동은 진심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많은 비용을 들여서 남에게 집을 정리해달라고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지만,  혼자 대규모의 정리를 하게 되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힘들어서 중도에 포기하기 쉬울 것이니 마음을 정리할 때 전문 심리 치료자가 필요한 것처럼 공간 정리에도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때에 반드시 자신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티브이쇼의 특성상 어쩔 수 없었겠지만, 정리 작업도 의뢰인들과 같이 하는 것은 어떨까? 다른 사람들이 해놓은 것을 보고 서프라이즈 하는 것 말고. 당사자들이 시청자처럼 자신들은 정리 작업에서 빠진채 비포와 애프터를 보고 감탄하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실제로 정리를 의뢰했을 때 비용이 얼마나 발생하는지도 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정리 요원들 인건비, 쓰레기 처리 비용 등이 상상 범위를 벗어날 듯한데, 비용을 알아야 시청자들이 놀라서 쓸데없는 물건 사들이기를 멈출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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