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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를 데려왔어요

어서 와 '구름'아

by 해이나

둘째를 위해서 강아지를 입양하는 것을 몇 달 전부터 고민하고 있었다. 강아지를 키우시는 주위 분들이 나와 둘째 모두를 위해서 좋을 것이라 추천해 주셨다. 방 안에서 나오지 않던 자녀들이 강아지를 키우면서 거실로 나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또한 고양이는 자기가 원할 때 주인을 찾지만, 강아지는 주인이 아프거나 힘들면 옆에 와서 위로해 준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그래서 강아지를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다.



어릴 적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있었다. 진돗개를 닮은 잘생긴 강아지였다. 하지만 별로 똑똑하지 못한 강아지였다. 밥을 주는 엄마의 손을 무는 것은 기본이고,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사놓으신 나무로 된 멋진 개집을 마당 이곳저곳을 끌고 다니며 울퉁불퉁한 벽돌 바닥과 마찰하며 온갖 소음을 일으켰다. 밤새 짖는 것은 기본이었다.


그 당시 시골에서 자주 그랬듯, 옆집도 개를 4-5마리 정도 키웠고, 동네에 여러 집들이 개를 키우고 있어서 개 짖는 소리는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집 강아지의 구슬프고 처량하면서도 귀청이 떨어져 나갈 듯한 끊이지 않는 짖어댐은 시간이 갈수록 견디기 어려웠다.


결국 몇 달이 가지 못해 강아지는 우리 집에서 사라졌다. 엄마에게 어디 갔냐고 여쭤보니 시골로 내려보냈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나는 개장수에게 팔려갔을 것이라 생각했다. 불쌍하지만 무서워서 정도 들지 않았고, 키우기에는 너무 어려운 개였다.


이후로 강아지는 너무나 예쁘지만, '가까이 가기에는 너무 먼 당신'처럼 느껴졌다. 키운다면 정말 잘 키우고 싶었다. 사랑해 주고 예뻐해 주고 좋은 것 다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과거 그 강아지처럼 훈련이 안 먹힌다면, 함께하기 어렵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여태 키우지 못한 이유였다. 둘째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지 않을까, 둘째의 대인기피를 낫게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망설이고 망설이는 이유였다.


하지만 병원을 다니고 상담치료를 받으면서도 점점 더 안 좋아지는 것 같은 둘째의 모습에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라도 더 해보고 싶었다.


유기견센터를 알아보았다.

하지만 강아지를 한 번도 키워본 적이 없는 우리 식구가, 버려진 아픔, 학대받은 아픔이 있는 강아지를 어떻게 감싸 안고 아파트에서 함께 살기 위해 어떤 훈련을 해야 할지 너무나 막막했다.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있다면 유기견을 자신 있게 데려올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처음이라서 막막하고 두렵게 느껴졌다.


그래서 분양을 받기로 했다. 인터넷을 뒤지고 후기를 읽으며 이틀 동안 네 군데의 펫샵을 방문했다. 홈페이지에서 소개한 것과는 달리 고가의 강아지들이 있어서 놀라긴 했다. 하지만 둘째가 좋아했다. 처음에 원픽으로 찍은 아기 말티푸를 계속해서 기억해서 두 번째 방문하고 결국 데려오게 되었다. 분양을 받을 때 필요한 용품을 적절히 주신 것이 큰 도움이 되었고, 후에 중성화수술과 예방접종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연결해 주셔서 초보자인 우리에게는 힘이 되었다.


2개월 된 말티푸여서 아직은 훈련이랄 것이 없다. 배변훈련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료를 줄 때마다 덜덜 떨면서 엄청난 속도로 먹어대는데 괜찮은 건지, 펜스 안에만 가둬둬도 되는 건지, 목욕은 몇 주 단위로 해야 하는 건지, 밥은 하루에 두 번 줘야 하는 건지 세 번 줘야 하는 건지. 모르는 게 많다.


유튜브를 틀어서 영상을 보며 공부하는데 훈련사마다, 키우시는 분들마다 하시는 이야기는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적절히 가감해서 들으며 '앉아'훈련도 해보고 배변훈련 계획도 세워보며 조금씩 자신감을 키우고 있다.


가장 중요한 둘째와의 교감.

둘째는 무척 좋아했지만 가끔씩만 나와서 구름이를 보고, 내가 밥과 배변패드를 갈아주며 구름이는 나를 가장 많이 따르고 있다.


둘째는 이것에 약간의 섭섭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첫 삼사일은 자주 나와서 보는 것 같은데, 그 후로는 다시 방밖으로 잘 나오지는 않는다.


둘째는 대인기피가 심해져서 집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는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구름이가 훈련을 잘 받고 잘 커서 후에 산책도 나가게 되며 둘째에게 큰 힘이 되어주면 좋겠다.


소중한 가족으로 온 구름이.

구름아. 우리 가족을 잘 부탁해. 최선을 다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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