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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글씨 Sep 21. 2024

첫 번째 : 꽃 같은 청춘에서 아줌마가 된 엄마

아름다운 청춘이었던 그녀는 ‘엄마’가 되었다.



 20대, 누구보다 아름답게 청춘을 꽃피울 나이. 그 푸르른 시절,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을 싹 틔우고 그 결실을 맺었다. 누구보다 아름다운 그 시기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시기에 여자는 ‘엄마’가 되었다.


 23살, 지금으로 치면 고작 대학교 4학년의 시기에 엄마는 나를 가졌고 24살, 대학교를 졸업할 시기에 엄마는 나를 세상 밖으로 내보냈다. 당연히 엄마를 처음 만난 순간의 기억은 없지만 아마도 엄마 뱃속에서 열 달간 무럭무럭 자라온 나는 엄마가 무척이나 반갑지 않았을까.


 언젠가 엄마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산달을 다 채우고 예정일이 지나도 내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아빠도 없이 홀로 무작정 짐을 싸서 병원으로 갔다고, 그 후에 나를 낳았다고 말이다. 젊은 산모의 패기인지 혹여라도 내가 잘못될까 두려웠던 어린 엄마의 모성애인지는 모르겠지만 남다른 엄마임에는 분명했으리라.


 어린 엄마는 자신의 배로 낳은 아기가 무척이나 신기했더랬다. 아기의 움직임이, 까만 눈동자가, 자기를 닮은 눈코입이, 그리고 새근새근 한 아기의 숨결까지도. 예민한 아기로 인해 품에서 떼어놓지 못해 수없이 밤을 지새워도, 다크서클이 짙어지고 밥을 제때 먹지 못해도 어린 엄마는 그저 기쁘고 행복하기만 했다. 아기를 낳았을 때의 찢어지는 고통조차 잊을 정도로 아기가 너무 예뻤고, 볼품없이 푹 꺼지고 늘어져 트고 갈라져버린 배도 상관없었다. 어린 엄마는 아기와 함께 맞이하는 아침 햇살과 세상의 빛만으로도 충분했다. 나이는 어릴지라도 아기를 향한 사랑만큼은 그 어떤 샘보다 깊고 바다보다 넓었다.


 어린 엄마는 아기의 모든 순간을 남기고 기록하며 그 행복을 되새기고 꺼내보았다. 아기가 옹알이를 시작하고, 엄마 아빠를 부르게 되고, 동생을 만나고, 유치원을 가고, 학교를 가고, 또 훌쩍 자라 성인이 되었을 때마저도. 어린 엄마는 이따금 한 번씩 앨범 속에, 그리고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그때 그 시절의 행복을 꺼내보곤 했다. 그땐 이랬지, 저땐 그랬었는데. 추억을 되새기며 웃는 어린 엄마의 입가에는 어느새 작은 주름이 생겼고 더 이상은 어린 엄마가 아닌, 어느새 다 큰 딸과 아들을 둔 중년의 아줌마가 되었다.


 이 이야기는 나를 낳아주고 그 누구보다 내게 가장 큰 사랑을 준, 나에게 사랑받는 법을 알려주고 사랑을 주는 법을 알려준 나의 첫사랑인 엄마에 대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가 세상 모든 딸과 아들의 가슴에 와닿기를 소망하며, 이야기의 첫 페이지를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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