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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로그림 노운 Apr 02. 2022

누구를 탓해야 할까

이 놈의 코로나



코로나 백신을 맞고 부작용으로 가슴 불편감 및 좌측 상지 저린감으로 내원한 중학생이 있었다. 피검사를 두 번 했고,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큰 병이 생겼다고 하기엔 다소 애매했고, 이제껏 했던 검사에서는 별 다른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백신 후 저림으로 검사했을 때 실제로 이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하며, 아마 별 문제가 없지 않을까 막연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웬걸. 상지만 했는데도 다발성 신경병증이 보이고 (별다른 이유가 될 만한 것이 없는 중학생이다!) 약 먹고 봅시다, 하려고 했던 나의 플랜은 바로 수정되었다. 백신이 면역체제에 침범하여 변화를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증상이 좋아지는 추세이긴 하나, 추가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요즘 백신 부작용은 생각보다 외래에 덜 내원하는 편이다. 한 때 얼마나 내게도 스트레스였던지. 어지럼, 두통, 손발 저림 등이 백신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는데 환자들은 철통같이 백신 때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내원한다. '생전' 자신은 그런 증상이 없었던 사람이니, 백신 부작용으로 '당장' 신고해달란다. 약 먹고 지켜보자 할 때도 있고 피검사를 하거나 입원할 때도 있는데, 혈관 협착이 발견되어 약물 복용을 시작한 경우도 있었고, 뇌경색이 온 케이스도 몇 있었다. 오비이락,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원래가 혈관이 안 좋았는데 이번에 발견이 된 건지, 백신이 아니더라도 뇌경색이 올 사람이 백신과 비슷한 시기에 병발한 건지, 사실 알 수는 없다.


이제는 백신 패스도 없어졌고, 부작용을 한 번 겪었던 사람은 다음 백신은 회피하는 경향이 있어 백신 부작용으로 내원하는 경우는 뜸해졌다. 다만 COVID-19 감염증 이후 격리는 해제되었지만 증상이 오랜 기간 남아 내원하는 경우가 급격히 늘고 있다. 백신 때와 마찬가지로 신경과에는 주로 두통, 어지럼, 그리고 손발 저림이 주로 내원한다. 그리고, 검사해도 딱히 큰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는 잘 없는데 대부분은 '매우' 불편해한다. 나로서는 투약을 권고해보는 수밖에 없고 그러면 환자들은 내게 화를 낸다. 언제까지 이걸 겪어야 하죠? 난 힘들어 죽겠는데! 돈은 많이 쓰고 나오는 것은 없고! 아 네, 우리 모두가 피해자네요. 누구를 탓해야 할까요.






코로나로 생활 치료 센터에 있던  남성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는데, 거기 있던 간호사 말본새가 못돼먹었다며 다들 기사에 악플을 달아 놓았다.  통화의 주인공이 나중에  기사를 보면 얼마나  트라우마가 생길까? 아마도 이미 일을 그만두었을지도 모르겠다. 예민한 사람들은  예민함에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고 지치는지 스스로는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같다. 어쩌면  간호사는 계속 친절하게 대응하다가, 주장과는 다르게 여러 번의 전화에 시달렸을지도 모른다. 혹은, 정말  통의 전화였다고 해도  통의 전화보다도  힘들었을  통을 겪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분명 그런 전화나 면담은 존재한다.   보다 힘든  . 많은 업무와 감정 노동에 시달리고 시달리다가 그런  하나 겪으면 이제껏 베풀었던 친절이 와르르 무너질  있다. 겉으로 드러난 기사와 실제는 다를  있으니,  사람의 말만 들어서는  된다고 생각한다. 재난과 불행 속의 외침이 훨씬  크게 와닿는 법이다. 하지만 나는 왠지  간호사가  걱정이 되었다. 생활치료센터에서 주검으로 발견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그렇게 되도록 관리가 부실했던 다른 대상을 비난했어야 되는  아닐까? 물론 아내  사람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는 된다. 얼마나 황망하고 속이 상할지.





요즘 외래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화가 많다. 나만의 느낌인가 했는데 다른 의료진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코로나 이후 사람들이 화가 많아졌어요.' 이유 없는 짜증 폭격을 맞는 경우도 있다. 19살 남자애가 백신 이후 1달 고생했는데 코로나 이후에도 다시 두근거림이 심해져 약을 먹고 있었다. 신경과엔 자율신경계 검사를 권고받고 내원하였는데 검사상 별다른 소견도 없고 하여 '후유증일 수 있으니 기다려 봅시다.' 했더니, 다짜고짜 내게 짜증을 낸다. '내가 지금 2달째 이러고 있는데 언제까지 더 겪으란 말이에요!' 씩씩대며, 눈을 흘기고, 화가 나 어쩔 줄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 탓을 하는 건가. 내가 뭘 잘못했지? 의료진이며, 선생님이며, 공무원이며, 코로나 사태로 인해 모두가 업무량이 늘었다. 누구도 원치 않은 일이었는데 탓할 곳도 없다. 탓할 대상이라도 있었다면, 조금은 마음이 편할까. 


전쟁이니 코로나니 다 벗어나 평화로운 세상을 꿈꾼다. 조금씩 지쳐가는 우리들은 팍팍함 가운데에서 온기를 찾을 수 있어야겠다. 오늘도 무탈하게, 내일은 좀 더 나은 오늘이 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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