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를 경청하는 그대가 빛이다
정오의 태양처럼 강렬했던 사랑과 열정이 내게도 있었다며 과거를 회상하는 커플들이 ‘대성당’에 등장한다. 환한 대낮이나 컴컴한 밤이나 이들에게는 별 차이가 없다. 텅 빈 가슴을 술로 채운다. 곁에 사랑하는 이가 있지만, 함께 소통하지 않는다. 같이 있지만, 고독하다. 찬란했던 삶이 쓸쓸해진 이유가 무엇일까? 그때나 지금이나 삶이 팍팍한 건 똑같은데 말이다.
레이먼드 카버는 알코올 중독자였던 자신의 삶을 작품에 담았다. 부끄러운 과거를 여과 없이 드러내며 그가 독자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소통’이다. 무료한 삶은 물론이고 불행이 갑자기 나를 덮쳤을 때도 소통이 큰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우리에게 조언한다.
‘대성당 독후감 프로젝트’를 쓰면서 나는 여러 사람과 소통했다. 레이먼드 카버는 물론이고, 그가 그려낸 쓸쓸한 인생과 과거의 나와 남편과 가족과 지인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제껏 보지 못한 그들의 마음을 보려고 노력했다. 아직은 가까운 이들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게 부담스럽다. 그래서 익명의 독자를 앞에 두고 마음껏 떠들었다.
내 사연을 들어 줘서 정말 감사하다. 레이먼드 카버가 전하는 메시지처럼 삶이 팍팍하고 쓸쓸할수록 소통이 필요하다. 거창한 말솜씨 같은 건 필요 없다. 그저 너와 나만 있으면 된다. 진실한 감정과 생각을 나누며 벅차하는 순간이 그대에게도 있기를 바란다. 또한 누군가의 말을 가만히 경청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존재가 빛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정오. 글 쓰는 시간. 환한 대낮이 모처럼 눈부시다.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