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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Oct 19. 2023

인사

인연의 시작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그와 내가 몇 달간 나눈 전부이다. 군말 없이 마주치면 인사만 하던 게 다였지만 그 인사가 서로의 존재를 알고 호감을 가지게 된 첫 시작이었다. 그가 낸 한 조각의 용기와 함께 우리의 관계는 시작되었다.


 알고 보니 우리 둘 다 인사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사실 나는 태어나서 나 말고는 인사를 좋아한다고 말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기에 그가 무척 신기했다. 사람과 친해지는 것을 좋아하고, 밝게 인사하고 맞이하는 것을 좋아해 늘 열심히 인사를 하고 다니곤 했는데, 숫기 없고 소심한 이 친구도 인사하는 건 좋아한다니, 우리가 서로 만나려고 그런 건가 하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인사. 인연의 시작을 알리는, 서로 친밀감을 확인할 수 있는 가볍고도 짧지만 대단한 힘을 가진 한 마디이다.

 누군가는 어쩔 수 없이, 예의상 해야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인사가 참 좋다. 버스에 올라타며 밝게 ‘안녕하세요!’ 한 마디 하면, 기사님의 지친 눈이 동그랗게 떠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예. 어서 오세요!’ 하며 앞문을 닫는 기사님의 머릿속엔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물게 밝은 청년이네.’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내가 건넨 짧지만 밝은 인사로 누군가의 하루에 잠시나마 빙그레 미소 짓는 순간이 생긴다면 그걸로 너무나 행복하다.


 또 한 번은 점심식사를 포장하기 위해 한 매장에 전화를 건 적이 있었다. 메뉴를 말하고 몇 분 뒤에 가지러 가겠다는 짧은 통화를 하고 잠시뒤 매장에 찾아가자, 시키지도 않은 음료수가 같이 들어있었다. “어, 저 음료수는 안 시켰는데요?” 하자, 직원은 “친절하게 전화해 주셔서 서비스로 드리는 거예요.” 했다. 정말 뜻밖의 호의였다. 몇 마디의 짧은 대화에 직원이 그렇게 느꼈단 사실에 역시나 인사는 정말 좋은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카페에서 손님을 맞이할 때도 늘 똑같이 인사를 하지만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손님이 정말 많다. 그러다 밝게 받아주는 손님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한동안 기분이 정말 좋다. 인사의 힘이다. 별 거 없지만 별 걸 만들어주는 밝고 고귀한 힘을 가졌다.


 각박한 세상이다. 인사를 시작으로 서로 안부를 주고받고 알고 지내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젠 인사를 시작으로 모르던 사람과 알게 된다는 사실이 두려워 낯선 사람과의 인사를 꺼리는 세상이다. 서로 필요한 대화만 하고 불필요한 미소나 친절은 생략한다. 나는 여전히 그 시절에 머물러있는 현시대의 청년이다. 서로를 경계하는 것에 익숙해진 요즈음,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가벼운 인사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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