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은 먹구름 상태라 부릅니다.
그녀가 떠나고 일주일 정도쯤 지났을까.
그는 별 다른 점을 느낄 틈 없이 지냈다.
가끔은 웃었고
가끔은 바빴고
친구들은 그를 불러내기를 계속했다.
좋아하는 기타를 연주했고
하기 싫은 회사일도 밤새 했고
다들 그를 보며
'생각보다 상태 괜찮네?'라고
떠들어댔지만,
사실 그는 지금 '실감'을
못 하고 있을 뿐이다.
그녀와 이별하기 보름쯤 전부터
그녀는 뭐가 바빴는지
만남은 고사하고 연락도 뜸했다.
늘 들리던 그의 공간에 그녀의 발길이 닿지 않았다.
너무도 눈치 못 채게
서서히 언제부턴가
뜨거운 날의 구름이
조용히 떠다니듯이
그냥 그렇게 바쁜 그녀와 만나고 있다고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도 바빠서 연락을 못 하고 있노라.
그렇게 별 일 아닌 듯 하루를 써내다,
그러다
한 방에 '툭'.
모든 것이 떨어지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마치 깨어나고 나서야
"아, 꿈이었구나." 깨닫는
어느 아침처럼.
그녀라는 꿈을 깨고
어느 날 '툭'.
심장을 '쿵'.
내리 칠 것이다.
그는 지금 자신이 자신이
얼마나 무거운지 잘 모르며
신나게 돌아다니는 먹구름이다.
언젠가의 비를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