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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영 Mar 26. 2022

자세히 봐야 예쁘다? 직장에서는 아니다

가까이 보면 비극 멀리 보면 희극

나태주 시인의 '꽃'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자세히 봐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하지만 회사 동료는 그렇지 않다. 가급적 자세히 보지 않는 것이 좋다. 직장생활에서 쏘울메이트나 멘토를 찾으려 하지 말자. 직장은 기업의 이윤을 추구하고 월급을 받으러 모인 사람들이다. 성격과 가치관이 각자 다른 사람의 능력치가 모여 일하는 곳이다. 

일하는 곳에서 멘토도 찾고 친구도 찾으려고 하는 것은 욕심이다. 월급을 주면서 친구까지 만들어 주는 회사는 없다. 


나는 동료 2명 하고 친했다. 정주임과 김주임. 둘은 동갑내기 여성들로 서로 대화가 잘 통한다고 생각하며 친구로 지내기로 했다. 직장에서 쏘울메이트를 만났다며 서로 기뻐했다. 그러다 함께 살기로 하면서 룸메이트가 되었고 월세값까지 절약하게 되었다며 나에게 자랑을 했다. 

그러나 그들은 얼마 못가 처절하게 다투다 헤어졌다. 밥 먹고 설거지를 바로 하느냐 늦게 하느냐 부터해서 세탁기를 사용하는 순번까지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자주 부딪혔다. 

생활방식이 맞지 않은 문제는 상대방 인격 문제로 까지 번지며 비난하기 시작했고 두 사람은 번갈아 가며 나에게 상대를 욕하느라 바빴다. 나는 종국에 누구의 편도 들지 못했고 이해와 화해를 시도하다가 나마저도 손절당했다. 

매일 봐야 하는 동료이면서 업무를 협업해야 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세 사람 모두 서로 상당히 불편해졌다. 직장에서는 적을 만들지 않고 관계가 적당히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만약 관계가 틀어질 경우 또는 상대에게 몹시 기대를 했다가 실망할 경우 업무에 지장을 받게 됨은 물론이고 둘 중 한 명은 떠나야 하는 수도 있다. 


그러니 직장동료와 너무 친밀해지는 것은 위험하다. 


나는 본래 사람의 긍정적인 면만 보려는 경향이 있었다. 부정적인 것은 잘 안 보려고 한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다. 그런데 사람을 정말 잘 파악하고 분석하는 선임이 있었다. 그 선임은 누군가와 깊이 친해지지 않아도 정말 사람의 장단점을 잘 분석했는데 문제는 단점을 더 잘 보고 자신의 판단을 믿어 곧장 정죄해 버린다는 것이었다. 


'저 계장은 일을 잘하는 것 같지만, 잘 보면 딱 자기 일만 잘 챙겨 후배일에는 무심하다니깐'


'서무주임은  외모는 깔끔하지만 자리 좀 봐 바. 정리를 못해 정말 지저분해. 부모가 교육을 안 시켰거나 고집이 센 거지'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정말 그랬다. 처음에는 사람을 보는 통찰력과 안목이 대단하다고 느꼈지만 점점 피곤해졌다. 팀원 중 단 한 명도 그 선임의 도마 위에 올라가 심판받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종국에는 '나의 단점도 곧잘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다니겠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선임이 오늘도 누군가의 단점을 발견하고 떠들어 댈 때마다 계속 속으로 외쳤다. 


'몰랐던 동료의 단점을 굳이 알고 싶지 않아요!' 


하늘 같이 높은 선배 선임이었기에 저 말이 무안을 주어 마음을 상하게 할 까바 끝내 말하지 못했다. 결국 인사이동이 있을 때까지 모든 직원의 단점을 낱낱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누구도 좋아할 수 없게 되었다.

처음에는 나는 우리 팀원들은 모두 성격 좋고 일 잘하는 사람들만 모였다며 좋아했었는데 이제는 죄다 싫어지게 된 것이다.


'자세히 보고 싶지 않다'

'자세히 알고 싶지 않다'


물론 자세히 보면 더 예쁠 수도 있다. 어쩌면 빛나는 흙속의 진주일 수도 있다. 그런데 아닐 수도 있다. 자세히 보면 더 예쁠지 미울지 모르지만 좋은 점만 보려고 하는 의도로 보지 않을 것이면 애초에 자세히 보고 판단하는 것을 멈추는 것이 좋겠다. 


이런 일을 겪고 나니 나는 동료와 일정 거리 이상 좁혀 친해지지는 못했다. 대신 적도 없고 실망하는 일도 줄어들었다. 자세히 봐야 예쁜 건 꽃이고 사랑하는 님이다.


직장에서는 적당히 좋은 점만 보면서 좋은 기억과 좋은 인상만 남겨 협업하는 것이 직장생활을 오래 버티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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