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를 머무르기로 했던 조리원을 일주일만에 퇴소했다. 출산으로 축난 몸을 회복하기 위해 간 조리원에선 쉴새없이 아이를 데려다줬다. 처음이야 신기하고 반가웠지만, 계속되는 모자동실에 나는 잠을 잘 수도 쉴 수도 없는 시간들이 계속 이어지다 끝내 사단이 났다. 신생아 엉덩이에 땀띠가 났다. 아이는 신생아실에서 목청이 터져라 울고, 다른 아이들도 우리 아이의 소리에 따라 울었다. 조리원 선생님들이 장시간 아이들의 기저귀를 바꿔주지 않은 바람에 아이의 엉덩이가 무르고 땀띠가 잔뜩나서 우는 것을 내게 탓을 돌리듯 아이를 계속 동실하라며 내게 보냈다. 이러려고 몇백만원 하는 거금을 주고 이 곳에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닌데 라는 생각과 호르몬이 널뛰어 양가 어머니들께 전화를 했다. 이곳에 더는 못 있겠다고 아이도 계속 울고 피부도 무르고 나도 잠도 못자고 몸이 회복을 못해요. 라고 눈물콧물을 쏟아내며 도와달라고 했다. 훗날 조리원 동기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나 말고도 내 조리원 동기들 과반수가 다들 비슷한 이유로 내가 떠난 뒤 줄줄이 조기 퇴소를 했다고 했다.
나의 거처는 서울. 나의 친정집은 대구.
장장 4시간의 시간 동안 우리엄마는 내 아이를 품안에 꼭 안고 나는 운전 하시는 아빠 옆에서 그렇게 대구로 내려왔다. 갑자기 신생아와 산모의 수발을 들어야하는 친정엄마와 아기가 있으니 모든 것을 조심해야하는 가족들의 고된 나날이 시작되었다. 나에게도 당혹스러운 날들이 이어졌다. 아이는 내게 와 젖을 먹고 나면 친정엄마에게로 가서 잠을 잤다. 깨어있을 때 내가 안으면 울었다. 내가 기저귀를 바꿔주어도 울었다. 옷을 갈아입을 때도 내가 입혀주면 입을 삐죽거렸다. 오로지 친정엄마 품에서만 먹는 것 빼고 다하는 아이였다. 주일이면 나만 두고 가족들이 교회를 가는데 아이와 둘만 오롯이 있어야하는 7-8시간이 너무 공포스럽고 무서웠다. 내가 낳은 아기인데 이게 이리도 무서울 일일까 싶지만 아이와 둘만 남겨지는 게 깨나 두려웠다.
시간은 속도 없이 금새 흘러 보름쯤 지나니 부모님은 나를 서울로 데려다 주셨다.
친정집에서 짐을 싸는 동안도 친정 부모님이 하루 주무시고 내려가시던 그날도 나는 눈물 샘이 마르지도 않는지 계속 울고 또 울었다. "엄마, 나 혼자 얘 어떻게 키우지? 엄마 나 너무 무서워"
이튿날 아침이 왔다.
남편이 출근하는 새벽 시간부터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왜냐면 이 아이가 깨면 난 어떻게 해야할지 수도 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려야만 하니까 아무도 없이 혼자서 이 아이와 꼬박 하루를 아니 앞으로 매일을 그렇게 보내야하는데 그 방법을 모르겠어서 잠도 못자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아이가 깨는 시간을 기다렸다.
"으아아아앙"
아이가 깨어서 울기 시작했다. 차분하게 하자 차분히.
일단 잠에서 이제 막 깬 아이를 살짝 안아 거실로 데리고 나왔다. 밤새 기저귀를 한번 갈아줬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기저귀는 아주 묵직하다. 기저귀를 갈아주는데 또 운다. 배고픈걸까? 나도 어서 수유를 해주고 싶지만 일단 내 생각엔 기저귀가 일순위라 생각했기에 계속 하던대로 하자며 해나가는데 가슴팍이 젖어온다. 모유양이 많아서 모유수유를 하는 나는 아이가 먹을 시간 쯔음이 되니 옷이 다 젖어가는데 뭐랄까 내가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하고 동물이 된 기분이 랄까.... 내가 혼란과 현실을 오가는 동안 아이는 더 대차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상의가 다 젖어있는데 아이를 품에 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우리엄마는 뚝딱뚝딱 붙이던 기저귀도 나는 채워주고 있는 중이고 가슴팍은 더 젖어오고 아프기 시작하는데 난 도대체 뭐부터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새벽에 고민했던 것들이 무색하게 머리속은 그저 하얀 백지 그자체였다.
결국 울음이 났다. 우는 아이 앞에서 무릎을 세우고 쪼그려 앉아 기저귀를 채우다가 털썩 주저앉아 어린애처럼 엉엉엉 울며 엄마를 불렀다. "엄마 나 어떻게 해 엄마 나 너무 무서워."
내가 엄마라니, 내가 이 아이를 책임져 줘야하는 사람이라니 어쩌면 좋지 도망 갈 수도 없고 어떻게하지?
그렇게 아무도 없이 아이와 단둘이 집에서 일주일을 보내며 매일 같이 눈물을 흘리고 매일 같이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래서인가 언제부턴가 내 품에선 절대 자지 않던 아이가 이젠 외할머니의 향기가 안나 그런가 모유수유를 하다가 내 품에서 까무룩 잠이 들고 내가 안아주면 파고들어 잠을 자고 폭닥하게 안겼다. 아이가 잠깐 깨어서 놀 때엔 아이의 사진을 매일 같이 예쁘게 찍어 남겨주고 아이가 자면 포동포동 작은 손을 꼭 잡고 같이 낮잠을 자고 꼬물거리는 발가락 냄새를 맡으며 점점 아이가 어렵지 않고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는 친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