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 다니엘 Sep 18. 2022

리스타트 51 - (36)

통학열차


다시 그 곳으로 


하지만 나는 끝없이 나 자신을 책망할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대신, 내가 왜 두 번째로 다른 법과대학원에 도전해야 하는지에 대해 나 자신을 합리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이유로, 나는 그 법과대학원에서 내가 투자한 시간과 노력을 상기해보았을 때, 내가 다른 법과대학원에 도전함으로 해서 그 법과대학원에서 내가 받은 실패의 결과를 상쇄하고 싶었다. 


아니, 나 자신에게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 법과대학원에서 2학년 과정으로 진급하기에 실패한 이유가 정말 근소한 차이의 성적 미달이었다는 것을 알고 너무 실망했던 터라, 내가 다른 법과대학원에서 1학년 교과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만 있다면 그 모든 실패와 좌절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나 자신을 애써 납득시켰다고 하는 표현이 더 걸맞은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라도 나 자신에게 위로를 하고 싶었던 게 좀 더 솔직한 그때의 내 감정이었으니까.    

 

또 다른 이유는 내 부모님의 기대였다. 그 법과대학원 1학년 과정 동안, 연로하신 내 부모님께서는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시면서도, 내가 밤낮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시며 내내 안쓰러워하셨다. 하지만 내가 그분들께 그 법과대학원 2학년 과정으로 진급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말씀드렸을 때, 그분들께서는 그런 실패는 인생에서 별 것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시며 내게 용기를 북돋아주셨다. 


그래서 나는 그런 그분들의 믿음과 기대에 부응하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다른 법과대학원에 진학해서 1학년 교과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만이라고 결론 내렸다. 어찌 보면 내가 그 당시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다른 법과대학원으로 다시 한번 도전하겠다는 그 자체가 더 이상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내 인생의 여러 가지 옵션 중 하나가 아니고, 반드시 내가 이뤄내야 할 목표이자 운명이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법과대학원에서 내가 2학년 과정으로 진급할 수 없다는 최종 서면통지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나는 어느 변호사 사무실에서 법률 서기로 취직해서 법조계의 근무환경과 변호사들의 역할 등을 습득할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1년 정도 일한 후에는 다른 변호사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서 그곳에서도 1년 정도 근무했다. 그러면서 나는 다른 법과대학원으로 진학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전 14화 리스타트 51 - (3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