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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다니엘 Dec 22. 2022

리스타트 51 - ( 119)

ALMM 교과 과정


'아들아,' 


'나는 괜찮으니, 너는 어서 네 방에 가서 공부하려무나.' 


그제야 나는, 그때 내가 가지고 있던 딜레마를 해결할 방법을 깨달았다.


'알겠습니다, 어머니. 그렇게 할게요.' 


나는 그날 아침 아홉 시 수업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그 순간 그렇게 내린 결정이 내 포티튜드를 기반으로 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지극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그때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당신의 임종이 임박하셨던 것을 알고 계셨던 어머니께서, 그런 손짓을 통해서라도 내게 무엇을 말씀하고자 하신 것인지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그러므로 나는 그런 어머니가 내게 주신 마지막 유지(遺志)를 제대로 받들 수 있는 길은, 그날 아침 아홉 시 수업에 참석하는 것이라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날 아침 아홉 시 수업이 열리는 하버드 캠퍼스의 어느 교실로 향했고, 수업이 시작 되기 조금 전에 교실에 도착한 나는, 강의 준비를 하고 계셨던 교수님께 지난밤 있었던 내 얘기를 말씀드렸다. 교수님께서는 무척 놀라시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다니엘 씨. 괜찮아요?”


“예.”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수업을 마치기 전에 떠나야 한다면 그렇게 해도 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내 자리로 돌아온 나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내가 그날 공부할 내용들이 들어있는 자료들을 내 책상에 올려놓고 난 후, 내 주위를 둘러보았다. 교실 여기저기서는 내 클래스메이트들이 평소대로 떠들고 있었고, 교실 한쪽 벽 전체를 차지한 창문으로는 밝은 아침햇살이 교실 안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교실 앞쪽에서는 교수님이 수업 준비를 계속하고 계셨다. 그 모든 것이 어제와 다름없었다. 한 가지 사실만 제외하고는…. 


나는 그날, 그 수업이 끝날 때까지 그 교실에 머물렀다. 생각해보면 나는, 그때 그 수업 도중에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오로지 수업 자체에만 열중했었고, 나는 내가 그렇게 수업 자체에만 몰두할 수 있었던 정확한 이유가 그렇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이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내가 그렇게 해야만 했었기 때문인지를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둘 다 였을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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