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 계단 앞에서 그를 보낸다.
계단을 내려가면 그는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세상으로 가겠지.
그는 연기를 배웠다.
일주일에 한 번, 때로는 두 번씩 연습실에 갔다.
내가 함께 할 수 없는 세계였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나는 녹음기를 통해서 들었다.
그는 항상 수업을 녹음해서 왔고, 나와 함께 그것을 들으며 수업을 복기했다.
같은 실수를 반 복하고 있지는 않은지,
수업에서 지적받았던 부분 중에 놓치고 가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그 주에 연습했던 스크립트를 펼쳐 놓고,
둘이 이어폰을 하나씩 나눠서 꽂은 채
선을 타고 들려오는 피드백을 진지하게 적어 내려갔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가 그 지하 연습실에 다녀오고 나면 마음이 서먹해졌다.
내가 모르는 세계가 점점 넓어지는 것 같은 낯설음이었을까.
연습이 끝나고 나면
그들은 종종 서울 근교로, 미사리나 뭐 그런 쪽으로 밤마실을 나갔다.
가는 곳은 늘 정해져 있었다.
그렇게 그가 그들과 함께 밤마실을 가는 날이면
나는 먼저 잠이 들고 그는 내가 잠든 뒤, 아마 한참뒤에나 집에 돌아왔을 것이다.
나도 그 새벽의 정취를 그와 함께 느끼고 싶은데
그곳에는 내가 없었다.
내가 없는 그의 세계가, 시간이 서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