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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상주됐어요.

by Dancing Pen Jan 10. 2025

40대가 된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20대 중반인 젊은 날에 친구의 부모님이 돌아가신 다는 것은

그것도 남자친구의 부모님이 돌아가신 다는 것은 쉽게 접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었다.


그의 아버지는 의사였다.

수술 중 감염이 있었고

그 감염을 원인으로 발병되었고, 투병을 시작하셨다.


장기 이식을 받으면 회복확률이 높아지는 상황이었지만

이식을 받는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당시 중국으로 가서 이식을 하는 것도 고려했기에

그는 한동안 중국을 여러 차례 다녀오기도 했다.


모든 것이 당시 내게는 현실감이 없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갔다.


우리는 대학로에서 만나고

그는 나와 헤어지면 병실로 가서 아버지 곁을 지켰다.


만나러 갔다가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지시면

나는 홀로 병원 안을, 대학로를 목적 없이 걸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오후

그에게 문자가 한 통 왔다.


'나 상주됐어요...'


쿵.


어떻게 답을 해야 할까.

나는 무엇을 해줘야 할까.

내가 지금 그에게 도움이 되기는 한 걸까.


딱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문상을 가고

나는 근처에서 종일 그를 기다렸다.


그는 중간에 한 번씩 나를 찾았다.

아무 말도 없이 기대어

애써 끊었던 담배를 한 대 태우고 나면

서로의 눈을 한번 바라보고 그는 자리를 지키러 돌아갔다.


장례미사를 하러 가는 길에도

화장터를 가는 길에도

그는 아무 말 없이 내 옆에 앉아

가만히 기대서 눈을 감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에게 어깨를 내어주는 것.

그것뿐이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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