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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배운다(1)

엄마, 왜 어른이 되면 다 잊어버리는 거야?

by Dancing Pen Mar 19. 2025


아이를 혼냈다.

학교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발간되는 글이 있는데

글을 쓰기로 하고 기한안에 제출을 하지 못한 모양이다.

담당 선생님께서는 시간을 한 시간 정도 줄 테니

집에 도착하는 대로 써서 이메일로 보내라고 하셨단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늘 같은 시각에 발간되던 글이 왜 안 오는 걸까. 무심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바로 나의 아들 때문이었다니..


우선 글을 써서 보내는 동안

기다렸다.


글을 보냈다고 책상에서 일어나는 아이를 식탁으로 불러 앉혔다.


네가 약속을 어기는 바람에

학교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모두 제시간에 글을 받아볼 수 없게 되었다.

맡은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

여기까지만 했어야 했는데

말을 하다 보니 그동안 아이의 행동에서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고구마 줄기 마냥 엮어져 나왔다.


게다가.

나는 말을 하면 할수록 말에 감정이 실리는 사람이다.


이런 나에게서 잔소리를 한참 듣던 아이가

내게 말한다.


"엄마"

"?"

"왜 어른들은 다 잊는 거야?

분명 어른들도 나만했을 때

지금의 일들이 가장 힘들고 지치는 순간이었을 텐데,

어른이 되면 이때의 일들이

아무것도 아니고, 힘들지도 않은 일로 변해있는 거야?"

"......"

"나도 지금 나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

이게 나의 한계냐고 묻는다면 난 아니라고 말할 거야.

왜냐면 한계라는 것은 가까이 도달하면 다시 저만큼 늘어나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어쨌든 난 내가 맡은 일에 노력을 하고 있고

열심히 노력하느라 힘들다는 걸 엄마가 알아줬으면 좋겠어."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나도 내가 중학생일 때 · 그 시절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면서 보낸 시간이 있었는데

같은 시절을 보내놓고도 왜 아이를 이해하지 못했을까.


아이의 최선이 내 성에 차지 않는다고

그게 최선이 아니라고 왜 단정 지었을까.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는 나를 보며

아이가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인데,

내가 또 상처를 줬다.

허탈하다.


-------


30분쯤 지났을까.


아이가 방에서 나온다.

냉장고 문을 열더니

안에 있던 초콜릿을 꺼내서 반으로 자른다.

그리고 한쪽은 본인이, 나머지 한쪽은 내게 내민다.


"엄마, 먹어"

"... 화 풀렸어?"

"아니, 하지만 난 엄마랑 싸운 채로 있기 싫으니까.

 내가 사과하는 게 더 빠르잖아."

"...... 엄마가 앞으로는 화 안 내고 차분하게 말하는 거 더 연습할게"

"응~ 그럼 나 이제 만화 봐도 돼?"

"얘기가 갑자기 그렇게 전개되는 거야? 어이쿠"


만화를 보며 깔깔거리는 아이의 옆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어른들 말씀이 틀린 게 없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아이가 나를 키우는구나.


오늘도 아이에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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