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다른 사람을 기준으로 평가되지 않아, 엄마.
나와 아이는 유치한 말장난을 하면서 노는 것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내가 세상에서 제일 귀엽지롱~"
"아니거든~ 내가 제일 귀엽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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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제일 사랑하는 건 나지롱~"
"메롱~ 아빠가 날 제일 사랑한다고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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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하하하~ 내가 우주 최강 천재다!!!"
"무슨 소리! 우주 최강 초초초천재는 바로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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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같은 유치한 말들을 주고받으면서 깔깔 거리는 것이다.
어제도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늘 하던 비슷한 대화를 했다.
"엄마가 일등이야~ 엄마는 다~~~ 일등이야~"
"아니거든~ 내가 일등이야~ 엄마는 꼴등~ 꼴등 엄마지! 크크크크"
"참 나 원. 그래~ 그럼 너는 꼴등 엄마가 있어서 좋겠다~
그럼 너는 꼴등 엄마 아들이네~ 엄마가 꼴등이니까 좋아? 좋아?"
...
아주 짧은 순간 침묵하던 아들이 말을 이어갔다.
"엄마, 난 다른 사람을 기준으로 평가되지 않아.
난 나 자신으로써만 평가되는 거야.
엄마가 꼴등인 것은 엄마의 문제이지
그렇다고 내가 꼴등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나는 항상 내가 일등이라고 생각해."
이런, 한 대 맞은 기분인데?
아이는 말을 이어나갔다.
"스타워즈에 다스베이더는 나쁜 사람이지만
아들은 아니잖아?
아빠가 나쁜 사람이라고 해서
아들이 나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라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건지는 내가 정하는 거니까.
그러니까, 다른 사람을 기준으로 날 판단하는 건 의미가 없는 일이야."
흠...
잠시 뒤,
"엄마, 근데 나 말 잘하는 거 같지 않아?
제2의 오바마가 되려나! 히힛"
으이구.
내가 졌다. 졌어.
오늘도 이렇게 아이에게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