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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계정에 갇힌다는 것.

by Dancing Pen


점심을 먹고 난 뒤

핸드폰을 뒤적인다.

무심히 아이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창을 살펴보다가

이유 모를 낯섦이 느껴진다.... 뭘까...?


아!

프로필이 바뀌었구나.


마침 오늘이 학교에 핸드폰을 가지고 가는 날인데

(아이는 일주일에 하루, 학교에 핸드폰을 가지고 간다.

방과 후 수업시간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져간 김에 프로필을 업데이트를 했나 보다.


어디... 이번에는 뭘로 바뀌었으려나.


으응?

으으응?



왜 이게 계속 나오지.

통신이 불안정한가?


아.

이런.


프로필 사진이 저거 하나네???


나...

본 계정에서 제외당했구나...

세컨드 계정으로 분류되었구나...

(어쩜 세컨드계정에서 더 넘어갔을지도 모를 일이지...ㅠ_ㅠ)


사춘기 아이에게는 비밀이 있겠지...

부모님께는 공유하고 싶지 않은 그런 일들이 있겠지....


하지만,

나는 서운했다.


아이가 힘들 때 가장 먼저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도움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기쁜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알리고픈

나의 어떤 면도 다 이해해 주고 격려해 주는

그런 부모가 되고 싶었지만,

나는 부족한가 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내본다.

'혹시... 당신도 부계정으로 이동되었어?'

"ㅋㅋㅋㅋ. 응~ 어제 옮겼더라고~'


우리가 둘 다 옮겨졌다는 사실을

위로로 삼아야 할까.


아니면,

아이에게 둘 다 편안하지 않았음을 인정해야 하는 걸까.


혹은

그것은 이 둘과는 무관한,

그냥 사춘기 아이의 친구들과의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고 싶은 단순한 마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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