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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종교에 얽힌 기괴한 추억들

눈이 잔뜩 왔던 대학교 입학식, 닭도리탕, 뜬금없는 제사

by 박냥이 Apr 05. 2022

  2011년 3월이었던가. 대학교 입학식 날 꽤 눈이 쌓였었다. 하필이면 대학교가 거의 산과 흡사한 경사의 지형이다 보니.. 입학식이 열리던 체육관은 하필 대학교의 꼭대기에 위치하여.. 올라가고 내려오는 눈 쌓인 길을 오고 가기가 참 조마조마했었다. 겨우겨우 지하철역까지 들어섰을 때, 지금이라면 눈도 안 마주치고 피해 갈 '설문조사'에 나도 참여하게 되었고, '그들'로부터 채 며칠이 지나지 않아 연락을 받게 되었다.

  이미 10여 년 정도 지난 일이라 자세한 부분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렇게 그들과 같이 몇 달 정도 교류하며 같이 밥 먹고 공강 시간마다 대면하면서 학과 생활 외의 시간을 거의 함께 보냈다. 학교 정문 인근의 조잡한 방한두칸 정도의 시설에, 다 같이 모여서 '뭐 특별한 것을 했었는지'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공강 시간이나 하교 후에 밥을 종종 먹었던 것 같다. 

그 음식 중에 딱 하나, '닭도리탕'을 직접 해 먹었던 것만 기억이 난다. 흰쌀밥에 직접 만든 닭도리탕이 꽤 맛있었다.

  게다가 나는 대학교 1학년 1학기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원하던 대학에 가지 못했다'는 좌절감에 빠져있어서 교우관계도 활발하지 못했던 터라.. 유일하게 교류하는 사람들이 '그곳의 사람들'이었다. 그곳에는 나 같은 신입생들도 꽤 있었다. 그곳이 정확히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동아리인지는, 잘 몰랐고, 그저 '성경공부동아리'라고 들었던 기억만 있다. 이후에는, 인근의 타대학의 같은 동아리까지 합쳐서 어떤 건물의 꼭대기층에 모여 이상한 예배도 드리고 했었는데, 10여 년이 지나서 보니 그게 혹시 '신천지였나' 싶기도 하다. 아니면 '도를 아십니까'라든지.. 이런 류의 동아리나 도쟁이들은, 어떻게 만만한 사람은 잘도 알아보는지, 무조건적으로 누군가에게 퍼다 바치는 성격이었던 나에게, 매주 성경공부를 하자면서 빌붙던 그 동아리의 여자 선배는 나에게 매번 식사대접을 받았으며, 자신이 받은 은총에 대해서도 한번 얘기를 했었는데, 그 내용도 자신의 길고 긴 기도 끝에 우연찮게 친구한테 돈을 받아서 원하던 선교(?) 활동을 갈 수 있게 되었다는 식의 내용이었다. 그 시절에는 뭐 옳고 그름을 따질만한 능력이 없어서 그저 기도로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다는 내용에 같이 감탄하고 말았던 듯하다. 그날도 여전히 밥값은 내가 당연한 듯 냈었고.. 떨어지게.. 선배가 성경 공부해주시는데, 제가 밥이라도 사야죠 하면서.. (심지어 용돈은 부모님이 주셨음에도..)

  다행히 1학년 2학기부터는, 같은 학교의 학우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연애도 시작하고 하면서 그 동아리와는 자연스럽게 멀어진 것 같다.


  또 다른 사이비의 추억은, 이보다는 몇 개월~1년 지나서였나.. 아마 2학년을 채 마치기 전에 편입 준비를 하던 시기보다 이전인데, 아마도 대학교 커뮤니티에서 봤던 '걷기 모임'에 가입하면서 겪었다. 걷기 및 트래킹이란 명목으로 난생처음 이기대 해안가도 걸어보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여기저기 다니면서(사실 이기대 간 것 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밥도 먹고 카페도 가고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모임장 언니와 단둘인가, 아니면 모임원 한 명까지 해서 총 세 명이서 학교 근처에서 따로 만남을 가졌는데, 뜬금없이 모임장 언니가 자기 집에 가자고 했다.

  집인지 뭔지 형체도 기이했던 그곳에는, 뜬금없는 제사상이 차려져 있었고.. 언니는 뭔 종이를 태우면서 우리에게까지 같이 하라고 시켰더랬다... 그 이후로, 그 모임과 그 모임장 언니에 대해서 연락을 차츰 줄여나가게 된 것으로 기억한다. 최근에 진용진님 유튜브에서 다룬, '도를 아십니까'관련 영화에서, 도쟁이들의 공간에서 무슨 제사를 지내고 종이를 태우고 하는 장면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그때 만난 그 언니도 도쟁이였던 게 아닐까? 이후, 종종 그녀로부터 연락이 오긴 했지만.. 대충 넘어가며 연락을 끊어나갔다.


  '좀 세게, 무섭게 생겨야 하나..' 지금도 고민이다. 불과 몇 년 전에도 서울에서, 아니면 부산 서면 지하상가에서, '인상이 참 좋으시네요'와 같은 말을 하며 접근해오는 (아마도) 도쟁이들을 맞닥뜨려야 했다.

그러면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는) '살기 넘치게 서늘한 기운'을 내뿜으면서 무시하고 지나가는 편이긴 하지만..

'애초에 내가 만만하게 생기지 않았으면' 저런 사람들이 얕보지 않을 텐데라고 아쉬움도 있다.

완전 머리스타일을 무섭게 바꿔봐야 하나.. 허허.. 

  요즘에는 서면 지하상가에서 '~~로 가는 길 아시나요?'하고 물으면서 접근해온다던데.. 참, 사람이 착하게만 살 일이 아니다. 이 험난한 세상에서, 자신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그저 내 갈 길만 가고, '착하지만 이상하게' 보이는 사람들은 시선 주지 말고 피해 다니자.

  진용진님의 최근 '없는 영화-도쟁이편'에서.. 의 주인공도 꽤나 나약하고 순진한 성격이다. 결국 그곳에 돈을 갖다 바치면서 그곳에서'나마' 인정을 받고 지위를 가지고 사람을 부려보면서.. 결국 자기 자신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서도 '세상 밖'보다 그곳에 있는 것이 좋다고 하면서 (보는 이의 입장에서는) 참담하게 짧은 영화는 끝을 맺는다.



  나도 사람에게 기대길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 대학교 신입시절 때도 그닥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은 그 사이비 종교 동아리 언니한테 쓸데없이 밥을 사줘가면서.. 사람을 만났었고..

이후에 교회도 다녀보고 했지만.. '결국 내게 안 맞는 것, 아닌 것은 아닌 거다.' 

특히 종교생활은, 억지로 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정말 나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란, 굳이 그런 곳에 가서 찾지 않아도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더라.

예를 들면 부모님, 이웃 이모, 학과에서 만난 삼촌 등등.

  특히 현실이 너무 고독하거나,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라면, 누군가의 외로움을 먹이로 가면을 쓰고 접근해오는 그들에게 속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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