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방콕

여행자에서 로컬로

by 이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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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방콕에 살고 싶다.’

방콕에 놀러 온 친구들이 한결같이 한 번은 하고 가는 말이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방콕에 여행으로 올 때마다 공항에서부터 느껴지는 방콕의 따뜻함과 태국 사람들의 얼굴에 띈 미소와 여유를 부러워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방콕에 6년이라는 시간을 자리 잡고 살아가면서 결혼, 사업 그리고 육아까지 인생의 많은 변화를 방콕에서 겪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지만.


방콕에 살면 나도 그들처럼 여유롭게 살 수 있을 거라는 행복한 상상과 다르게, 방콕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면서 여행자의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방콕살이는 서울과 라스베가스 17시간의 시차를 둔 국제 장거리 연애를 시작할 때만큼이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시작되었다.


둘 다 프리랜서였고 당시엔 남자친구였던 남편은 출장이 많은 직업이라 정말 운이 좋게도 우리는 3년 정도의 국제 장거리 연애를 하며 거의 매 달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시간이 갈수록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함은 해소되지 않았고, 우리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답답함은 마음속에 점점 쌓여만 갔다.


태국계 미국인인 남편 덕분에 우리에게는 미국과 한국, 태국이라는 세 가지의 선택지가 있었다. 많은 고민 끝에 미국과 한국의 그 사이 어딘가, 태국에서 우리는 함께 새 삶을 시작해 보기로 결심했다.


2019년 12월, 이민이라는 인생의 큰 결정을 하는 것이었음에도 그때의 나는 마치 또 다른 여행을 가듯 방콕행 비행기에 올랐다. 가벼운 마음으로 도착한 방콕에서 나는 여행자가 아닌 로컬로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렇게 시작된 진짜 로컬로서의 방콕 생활은 내가 여행자로 느끼고 상상했던 것과는 180도 다른 진짜 현실이었다. 몇 번이고 이 도시를,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고 말하던 시간들을 지나 지금도 나는 여전히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오늘도, 방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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