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 같이 살아가기
미국에서 태국으로, 또 한국에서 태국으로
우리의 거리는 0km가 되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참 이상하다.
멀리 있을 때는 보고 싶고, 가까이 있을 때는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모순적인 마음.
같은 도시에 있게 되면,
장거리 연애의 불확실성과 답답함이
모두 해결될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장거리 연애에 익숙했던 우리에게,
태국으로의 이주 이후 갑자기 닥친 코로나로 인해
24시간 7일 내내 계속 같이 모든 걸 함께 한다는 건
또 다른 시험으로 다가왔다.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한편으로는 낯선 서로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다.
시댁의 방 하나가 우리의 임시 집이 되었고,
방콕엔 도시 전체 락다운이 시작되었다.
시장과 슈퍼마켓을 제외하면 집과
집 밖을 잠시 산책하는 삶 그게 전부였다.
17시간의 시차와 닿을 수 없는 거리를 두고
항상 문자나 전화를 하던 우리가,
눈 뜨면 옆에 있고 부르면 바로 듣는 거리에
있다는 게 너무나도 새롭고 이상했다.
하루 종일 같이 생활하다 보니
이전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잘 맞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것 투성이었다.
마치 서로를 처음부터 다시 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사이가 되길 원했고
그래서 이민과 결혼을 결심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24시간 하루 종일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모든 일을
같이 하고 싶었던 건 아니니까 말이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 삼시세끼
밥때가 되면 같이 밥을 먹고
취침시간엔 같은 시간에 잠에 드는
이 단순한 일들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여행 중엔 맛있게 먹던 태국음식들도
매일 먹으니 너무 질릴 뿐이고,
내가 그리운 한국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
남편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코로나로 인해 일상이 완전히 멈춰버리고
일도 하지 않고 있다 보니
무료함과 무기력함 역시 커져만 갔다.
가끔은 혼자만의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 역시
나도 남편도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생각했다.
서로 모든 걸 맞추려고 하다 보니
짜증도 많아지고 서로가 힘들어졌다.
가끔은 한 사람은 방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배려했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각자 먹고 싶은 걸 먹었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자고 싶을 때 자러 갔다.
그러면서도 저녁을 먹고 같이 산책을 하거나
새로운 드라마를 같이 보는 등
서로의 시간 또한 보내는 방법을 찾아갔다.
주어진 상황에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찾으려고 했고 같이 산다는 건
모든 걸 똑같이 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균형을 맞춰가는 거라는 걸
조금씩 배워갔다.
방콕에서 진짜로 방콕만 하던 일상 속
우리는 서로의 속도와 균형을 맞춰가며
진짜 부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멀리 있던 시간도, 가까이 있는 시간도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