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자필 계획표

by 이순미
아버지 자필 계획표. 광주시 금남로 2가 18(아마도 춘강병원일 듯)에서 작성, 1963.6~7월.

둘째 철언오빠가 간직하고 있던 아버지 기록물 중 하나.

아버지는 그 해 여름 광주시내 개인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누군가 나를 아버지한테 데리고 갔다. 아버지는 옆집에서 넘어온 공을 몇 개 주워 모았다가 나에게 주었다. 그 공을 받으면서 나는 아버지가 아프고 아버지가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사랑을 내게 표현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아버지는 광주 제중병원에서 대학생 큰아들 충언의 간병을 받으며 8월 27일 돌아가셨다.

세 오빠와 나와 순아는 아버지 염원대로 대학을 졸업했고 다들 취직을 했으며 세 명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길언은 대학을 가지 못했지만 길언의 아들 상윤이가 광주교대를 나와 초등교사로 서울대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곧 박사학위를 받을 예정이다. 2023년에 아버지가 사랑한 두 아들, 철언과 영언이 차례로 아버지 곁으로 갔다. 영언오빠는 광주 518 제2 묘역에 안장되었다. 1980년 여름 영언오빠는 직장인 한국은행에서 퇴근 무렵 행방불명되었다. 80년 5월 타임지에 실린 광주민주항쟁 기사를 번역해 일고 친구들에게 돌렸다고 붙들려가 고문당하고 투옥되었다. 죄명은 유언비어 살포죄. 오빠는 육 개월 감옥생활하고 나와서 다시 한국은행에 복귀하고 정년퇴직까지 근무했지만, 이 후유증으로 발병한 천식으로 평생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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