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전, 가족의 온기를 담다
이사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바빠지기 전, 부모님과 아이들을 모시고 2박 3일 전주 여행을 다녀왔다.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가까운 여행지를 찾다 보니, 오랜만에 전주가 떠올랐다.
이전에 남편과 둘이 다녀왔던 기억도 있었고,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공간도 많았기에 주저 없이 정했다.
첫 일정은 국립전주박물관이었다.
검색하다 보니 그 옆에 전주역사박물관이 붙어 있어서 함께 들르게 되었다.
조용하고 아담한 공간이었고, 아이들은 이곳에서 처음으로 동학농민운동을 접했다.
그날 이후 한국사 책을 읽다가 전봉준 이야기가 나오자 아이들이 "전주에서 봤던 거!" 하고 기억해내는데, 어찌나 뿌듯하던지.
국립전주박물관은 꽤 넓었다.
입구엔 예쁜 카페가 있어서 따뜻한 음료로 몸을 녹였고, 특별전과 2층 미디어 전시도 감탄하며 둘러보았다.
어린이박물관도 있었는데, 첫째는 살짝 시시해 했지만 둘째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박물관 관람을 마친 후 한옥마을로 들어갔다.
차량 진입이 제한되기에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짐을 들고 걸어가야 했던 점은 조금 불편했다.
그래도 한옥마을 풍경을 바라보며 숙소까지 걷는 길도 나쁘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 들른 곳은 전주난장이었다.
숙소 근처에 있어서 미리 예매해두고 방문했는데, 부모님은 좁은 통로에 다소 불편함을 느끼셨다.
아이들은 오락 기계 앞에서 제일 신나했는데, 사실 어른 눈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둘째 날 아침엔 눈발이 살짝 날렸다.
그렇다고 숙소에만 있기엔 아쉬워서 가까운 곳 위주로 둘러보기로 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경기전.
눈 덕분에 사람도 적어 한적하게 돌아볼 수 있었다.
아이들과 어진박물관도 들렀다.
이성계에 대한 영상이 나오자 둘째가 갑자기 “성게 맛있겠다”라고 말해서 빵 터졌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이런 엉뚱한 순간도 귀한 추억이 된다.
전동성당에서는 기념사진을 찍고, 오목대까지 걸어 올라 한옥마을 전경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이 생기기 전 남편과 둘이 왔더 기억이 나며 , '이젠 어디를 가도 함께한 기억이 있는 가족이 되었구나' 싶었다.
우연히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이건희 컬렉션을 한다는 홍보를 한옥마을에서 보고, 차로 20분 거리라 가보기로 했다.
대전에서 봤던 이응노 작품도 있어 익숙하고 반가웠다.
아이들은 미술관을 후다닥 지나가는 것 같아도 꼭 마음에 드는 그림 앞에서는 한참을 서 있는 걸 보면, 나름의 감상이 있구나 싶었다.
숙소에 돌아와 쉬다가 아이들이 장난을 시작하길래, 한옥마을 산책에 나섰다.
그러다 찾은 ‘한옥마을도서관’은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공간이었다.
무지개색 책등이 정렬된 서가와 한옥의 따뜻한 분위기가 어우러져 책 읽기 너무 좋은 곳이었다.
우리 동네에도 이런 도서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후에는 미리 예약해둔 초코파이 만들기 체험에 참여했다.
마침 우리 가족만 있어서 아이들이 더욱 집중해서 참여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 되었다.
직접 만든 초코파이를 5개씩 챙겨주었고, 안심 재료로 구성되어 가격도 아깝지 않았다.
마무리는 전주 한정식.
밤의 한옥마을을 걸으며 돌아오는 길은 또 다른 전주의 매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새로 개발된 지역의 분위기가 색달랐다.
마지막 날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완주에 있는 국립농업과학원 곤충박물관에 들렀다.
작지만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고, 아이들이 좋아해서 좋은 마무리가 되었다.
전주에 다녀온 후로 아이들이 도서관이나 영상에서 "전주"라는 단어만 나와도 귀를 쫑긋 세운다.
그럴 때면 ‘아, 역시 함께한 여행이 아이들에게도 특별했구나’ 싶어 괜히 뿌듯해진다.
이번 전주 여행은 단지 ‘어딘가에 다녀왔다’는 기록을 넘어서,
부모님과 아이들과 함께한 따뜻한 추억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이렇게 하나씩, 우리 가족의 시간과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게 여행의 진짜 의미가 아닐까.
우리나라 곳곳을 아이들과 함께 발로 밟고, 눈으로 보고, 마음에 담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다.
다음 여행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우리를 기다릴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