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톤투 Jul 03. 2022

이사가는 이웃에게 받은 용돈

통닭 두마리 사머금

오늘 우리 옆집이 이사를 떠났다

우리가 이곳으로 이사 온지 정확히 1되었으니

이웃으로는 1년여간 지내온사이.


오늘 이사를 떠나는지 몰랐는데

이삿짐트럭을 보고서야 알았다.


그때부터 마음이 불편해오기 시작했다.


실은 한 두어달전 옆집 아주머니와

주차문제로 언성이 높아졌던때가 있었는데

나이가 어린 내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어른에게 너무 함부로 대했던일이 있었다.


동네에서 제일 안쪽에 있는 주택에 사는 우리는

바로 우리집 대문앞에 주차를 하는데,

항상 옆집에 방문하는 방문객들이

우리차뒤에 주차를 해놓는일이 많았고

그로 인해서 불만이 쌓여가는중이었다.


심지어는 작년 추석연휴내내 옆집 아드님이

우리집대문앞 정가운데에 주차를 해놓은일도

있었다. 연락처도 없었고 옆집은 연휴기간 내내

집도 비워져있었더랬다..

어찌나 화가나고 어이가 없었던지..


이렇게 옆집의 빈번한 주차실수(?)로 인해서

계속하여 불만이 생기던중이었는데

그날 또 첫째 하교 버스 시간에 맞추어 급히

픽업을 나가려는데 내차 ,뒤로  두대가

주차가 되어있었다.


급하게 내차 뒤에 주차해둔 차주의 연락처를 확인해서 전화를 걸었는데 차주는 전화조차 받지않았다.

3번 4번 모두 받지않길래 다른차주의 번호를

확인해서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전화를 받길래 빨리 차좀 빼주라했고

그 차의 주인들은 이번에도 옆집에 온 방문객들이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것도

내가 피해를 받는것도 극도로 싫어하는 나는

그 순간 이웃이라 참아왔던화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한마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옆집 아주머니도 뒤따라 나오시길래 말씀을 드렸다.


손님들이 방문하시면 우리집이 피해받지않도록

주차좀 신경써주시라고 최대한 감정을 누르고

누르고 한 얘기였는데..

내가 그렇게 얘기하면 알겠다고 미안하다는

대답을 들을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처음이잖아요!"


아.....그간 있었던 일련의 주차사고(?)들을

일일히 전부 말씀을 드렸어야했던걸까.

그때마다 찾아가서 왜 항상 우리차가 빠져나가지못하게 주차를 하게 두는것이냐 따졌어야했나.

내가 너무 말을 안하고 참고 넘어갔던것이

오히려 문제가 되어버린듯한

이 이상한 상황..


한두번이 아니니까 제가 오늘에서야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것이다 명절때도 아드님이

우리집앞에 주차를 몇일씩이나 해놓고 사라지셔서

우리도 집앞에 주차도못하고 얼마나 불편했는지 아시냐 물었더니 역시나 그일도 알지못하고 계셨었는지

아리송해 하시더니 "알았어요!알았어!"라고 하셨다.



피해는 내가 받았는데

되려 내가 나쁜사람이 되어버린듯한

이 짜증스러운 상황에 너무너무 화가 치밀어올랐다.



내차를 뒤로 빼고 내려서

집앞에 주차금지 표지판을 낑낑대며 옮겼다.

이 표지판도 일부러 남편매장에서 옮겨다놓은것이었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이상황을 솰라솰라

다 퍼부었다. 아직 밖에 서계셨던 옆집 아주머니가

아마도 나의 통화내용을 들었을터.


시간이 흐르고나서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오바스럽게 대처를 했던거같아 창피했고

손님들이 오셨는데 주차문제로 이런다툼을

보이게된 옆집아주머니도 마음이 좋지않았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내 마음이 찝찝해져갔다.


사과를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또 그렇게 마주치는일도 생기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렇게 갑작스럽게 옆집이

이사를 떠나는상황을 보게 된 것이다.


이삿짐 옮기는게 마무리가 되어가는것같아서

옆집 아저씨께 아주머니는 어디계시냐 여쭸더니

저쪽에 주차된 차를 가리키며 차안에 있다고 하셨다.


우리 둘째 셋째에게

"얘들아 우리 할머니한테 인사하러가자"하고

차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그래도 다가오는 우리를 보고 내리시는건지

차에서 내리시는 아주머니.


"오늘 이사가신다면서요, 지난번엔

제가 죄송했어요. 제가 원래 그런사람이 아닌데

너무 지나치게 행동했던것같아서 내내 마음에 걸렸어요. 꼭 사과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이렇게 이사를 가신다고하니 괜스레 서운하네요"


"괜찮아 괜찮아"



환하게 웃으시며 괜찮아괜찮아 하시고는 나를

안아주시는 아주머니.

그 모습에 갑자기 울컥하고 눈물이 올라왔다.



"정말 죄송했어요. 이웃일때 잘 지냈어야했는데

 이제서야 사과드려서 죄송해요"



끝까지 괜찮으시다고 내등을 토닥이시더니

우리 두 꼬맹이앞에 무릎을 구부려 앉으셨다.



"할머니가 너희들 까까사먹으라고 용돈준적없지?"



고개를 끄덕거리는 5살 우리 둘째



"자!이걸로 까까사먹어!"하며

5만원짜리를 아이손에 쥐어주시는게 아닌가..



그 순간 너무 큰돈이라 깜짝놀라

손사레를 치며 주지마시라

너무 큰돈이다 이러지마시라하며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벌이게 되었다.



"애가 셋이잖어!이걸로 애들 통닭 사먹여"



아..이 청승맞게 찔끔찔끔 흐르는 눈물



왜였을까.



사람마음 다 비슷비슷 똑같은걸까?

서로 그 상황에서 조금 더 성숙하게 대처하지못하고

바로 옆집에 살며 행여나 마주치면 어떻게 봐야하나

약간은 고민하고 신경쓰이고..

같은 생각을 한게 아니었을까.


그래서 이사가는날 서로에게 분명 보이지 않는

마음을 썼을테고..먼저 인사하러 와주는 아이엄마와

아이들이 조금은 고맙게 느껴지셨던걸까?


분명 4살 5살 꼬맹이들에게는 너무나 큰 돈인데

그냥 인사만 받아주셔도 감사했을테고

서로 기분좋았을텐데..



저5만원 한장에 정말 수없이 많은 생각이들었다.

어른이란건 정말 쉬운일이 아니겠다라는 생각..

나는 앞으로 아랫사람에게 어떤 어른으로 비춰질수있을까..



그냥 인사나누고 훌러덩 떠나셔도 그만인데

이렇게 큰 정을 베풀고 가시는 이웃을 보고

내가 참 많은걸 느끼고 생각하게된것같다.

이렇게 글까지 쓰고있는걸보니.



집으로 뛰어들어가

햅보리쌀 한포대를 가지고 뛰어나왔다.

농사짓는 지인이 마침 어제 두포대를 주고가셨던게

생각이 났다.



"제가 드릴건 없고 이거 보리쌀인데 이사가신곳에서

밥 맛있게 지어드시고 건강하세요"




보리쌀을 빤히 바라보시더니,

"고마워 잘먹을게.애들 잘키워!"하며

활짝 웃어주신다.



아..내내 마음 한켠에 불편하게 자리잡고있던것이

씻겨져 내려갔다. 이렇게 간단한 사과를 왜 그동안

하지못했던걸까..이사가시기전에 조금이라도 더

잘 지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아쉽고 서운하고 죄송한마음이다.




정말 이 날 저녁으로 통닭을 시켜먹었다.




통닭 두마리를 시켜서 저녁으로 먹었다.

첫째 둘째 셋째에게 모두 설명해주었다.

오늘 옆집이 이사를 갔는데 옆집할머니께서

너희들 통닭사먹이라고 용돈을 주고가셔서

그돈으로 산것이라고.



이번일을 계기로 또 똑같은 상황이 오면

조금 더 성숙하게 대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일은 역시 그냥 생기지 않는법.

나를 한뼘 성장시켰다.


















작가의 이전글 6.25에 태어난 내 남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