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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다 Mar 14. 2022

자존감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열심히 노력했지만 여전히 초라하다 느끼는 당신께..

          K는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고 명문대학에 진학했다. 각종 시험 합격과 자격증 취득으로 남부럽지 않은 대학생활을 하고 있었다. 영화배우 정우성을 떠오르게 하는 얼굴에 키도 훤칠했으며 겸손한 태도와 말투로 상담에 임했다. 삶이 불공평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능력이 출중하면 얼굴이 조금 못 생기던가, 성격이 까칠하던가 해야 하는데 K는 어디 하나 빠지는 곳이 없었다. K는 전형적인 그런 완벽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런 완벽한 ‘스펙’에도 불구하고 K는 상담을 찾았고, 자세한 내막을 들어보니 그것은 어이없게도 자기 자신에 대한 무가치함이었다.



     자존감이란 내가 나 스스로에게 괜찮은 사람이고 존중받을 만하다고 느끼는 마음가짐이다. 대체로 뛰어난 능력을 갖게 되면, 경쟁력이 있으면 높은 자존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위의 사례에서 보듯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아이의 자존감을 높인다면서 열심히 공부를 시켰지만, 성적이 오른다고 해서 자존감이 반드시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의 능력과 자존감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는 없다. 왜냐면 자존감의 근원적 토대는 인간관계를 통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Gorrese & Rggieri, 2013). K와 같이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이 낮은 자존감으로 고통받는 것은 이런 면에서 이해가 된다.




 사람의  뛰어난 능력이 결국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방향으로 발휘가 될 때 그 사람의 자존감이 높아지게 된다. 다시 말해, 개인의 능력이 인간관계 안에서 의미가 있을 때 진정한 능력이 되는 것이다. 언제 2등으로 떨어질지 몰라하며 불안한 가운데 공부에 매진하는 전교 1등은 낮은 자존감에 시달리기 쉽다. 자신의 능력이 또래관계 안에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축구를 잘해서 늘 같은 반 친구들이 한 편이 되기를 원하는 아이는 다르다. 좋아하는 축구를 실컷 하면서 같은 팀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준다. 자존감이 높아지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경쟁을 제1의 가치로 두는 집단에서는 그 구성원들의 자존감이 낮아진다. 자신의 능력으로 다른 사람들을 돕기보다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을 짓밟고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평가로 점수를 주는 우리나라 고등학교와 대학의 평가 시스템에서 학생들은 스트레스와 낮은 자존감에 시달리게 된다. 학생들이 협력과 공헌을 통해 자존감이 높아지는 과정을 비중 있게 다루지 않고 평가에도 잘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뿐 아니라 가정, 직장, 동창모임 등등 사회 곳곳에서 우리는 끝없이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며 살아간다. 스스로를 낮은 자존감의 구렁텅이로 열심히 밀어 넣고 있다.



     운동, 명상, 새로운 분야 배우기 등등 자존감 향상에 도움이 되는 활동들은 많이 있다. 그러나 자존감의 핵심은 관계이다. 특별하지 않은 것, 사소한 것이라도 가족과 이웃과 함께 소통하고 협력하고 공동체에 공헌하는 가운데 자존감이 높아진다. 홀로 정상에 우뚝 선 사람보다, 여럿이 함께 끌어주고 밀어주며 산을 오르고 있는 사람이 훨씬 더 행복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나이가 들어 모든 능력을 상실한 이후에도 존재 자체로 가족과 이웃을 환히 밝혀주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때, 자존감은 완성된다.




Gorrese, A., & Rggieri, R., (2013). Peer attachment and self-esteem: A meta-analytic review.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55, 559-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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