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론과 역설
며칠전 한 비혼 여성작가가 비혼 예찬성격의 서적을 펴내고 나서 언론과 한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스스로를 '자발적' 비혼자라고 강조하는 그녀는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결혼한다는 것은 가진 것마저 탈탈 털리는 짓이라고 한다. 그녀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걸까 사뭇 궁금해졌다. 이 기사의 댓글엔 남성으로 보이는 댓글러들의 비난 십자포화가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현대 사회에서 결혼이 기피되는 이유에 대해 많은 학자들이 연구해왔다. 그중 일부를 소개해보면, 경제학자 베커(Becker, 1973)에 의하면 결혼은 개인들의 합리적 선택의 결과이다. 즉, 결혼을 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미혼으로 남을 때보다 커야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으로 인한 이점은 가족 내에서 특화와 분업을 통해 생겨나기에 기존에는 남자는 밖에서 일을 해서 돈을 벌어오고, 대신 여자는 집에서 집안일과 아이를 기르는 일을 담당하는 식의 성별 분업을 통해 남녀 모두의 효용을 증가시킬 수 있었기에 결혼을 선택했다. 그러나 현대로 갈수록 여성의 교육수준이 상승하고 경제 참여율이 높아지면서 기존의 성별 분업으로 인한 이익 가능성이 감소하면서 결혼을 선택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결혼 후 육아 및 가사일에 대한 부담이 더 크고, 결혼과 출산 후 일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결혼에 대한 효용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램(Lam, 1988)은 베커와 좀 다른 측면에서 비혼현상을 설명했는데, 그에 의하면 결혼을 통한 이익은 가구내 공공재에 대한 공동소비를 통해 일어난다고 한다. 청소기,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 집안일을 대신하는 내구재가 확대 보급되고, 사설 육아시설 등 기존 아내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시장재화나 공공재의 대거 등장했기에 결혼과 가족 형성으로 얻는 이익 자체가 변했다는 것이다. 즉, 과거처럼 특화와 분업을 통한 이득이 아닌, 선호와 자원이 비슷한 남자와 여자가 만나 ‘공동 소비’로 얻는 이익이 더 커야 결혼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효율적 결혼시장의 원리에 따라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야 이익이 커지는데 갈수록 여성들의 교육수준이 높아진 것에 비해 그 수준에 맞는 남자들을 만나기 힘들어졌기 때문에 결혼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같은 전세계 보편적으로 적용될 결혼에 대한 이론에 더해 우리나라의 경우 과열된 교육열, 집값 폭등, 육아에 대한 사회적 대책 부족 등의 이유로 선진국가들에 비해 다소 더 많은 비혼과 저출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증 자료분석에서도 결혼 이론은 어느 정도 증명되었다. 2015년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분석해 한국 청년들의 만혼현상을 분석한 김성준의 연구(2015)에서는 우리나라의 만혼현상은 여성의 교육수준의 향상 뿐만 아니라 경제력을 갖춘 남성 청년층의 감소에 상당 부분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여성대졸자는 고졸 이하에 비해 결혼할 확률이 낮고, 여성 석박사 졸업자는 여성 대졸자에 비해 결혼할 확률이 더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되는 등 여성의 교육수준이 장차 비혼일 확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버트런드 러셀은 1929년 펴낸 ‘결혼과 도덕에 관한 10가지 철학적 성찰’에서 이미 향후 미래에는 가정을 먹여살리는 가장으로서의 아버지 역할이 없어질 것을 예견하며, 미래사회에는 국가가 아버지 역할을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여성이 자신이나 자녀를 먹여 살려줄 남자를 찾아 결혼하는 시대는 머잖아 막을 내릴 것이기에 완벽히 자유롭고 평등한 부부관계를 보장하는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무려 백년전에 역설했다.
이처럼 결혼에 대한 논쟁이 있으나 중요한 것은 어느 나라,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결혼이 아직까지 가장 중요한 제도로서 수천년동안 자리잡고 있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수차례의 혁명적 사회 변동 속에서도 결혼이라는 제도가 수천년에 걸쳐 존재하고 있는 이유는 그것을 대체할만한 뾰족한 방법이 없어서이지 않을까. 자유롭게 자아실현을 하며 살면서 필요할 때만, 필요한 만큼만 사랑하고, 원하는 만큼만 관계 맺고 살면 좋지만 그렇게 사는게 쉽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기에 하는 수없이 결혼이라는 형태의 타협점을 유지하고 사는건 아닐까?
“문명화된 사회에서 남녀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부부 쌍방이 완전한 평등감을 느껴야 하고, 서로의 자유를 간섭해서는 안되며, 가장 완전한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화합이 있어야 하며, 가치의 기준도 어느 정도 유사해야 한다. 이러한 모든 조건만 구비된다면, 결혼은 두 인간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가장 좋고도 중요한 관계이다”- 버트런드 러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