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여성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
중년여성에 관심이 많은 지성씨는 어느날 지성씨의 주요 정보원이자 생활의 낙이 되어버린 유튜브에서 ‘중년여성’이라는 키워드를 넣고 검색해본 후 깜짝 놀랐다. 중년여성이라는 키워드로 검색된 영상물들은 성생활, 외모, 건강 3가지로 간단히 압축되었다. 남자가 좋아하는 중년여성, 잠자리 조언 등 성적인 내용의 컨텐츠들이 상위로 떴고, 다음이 다이어트, 패션 등 외모 컨텐츠, 아니면 갱년기로 대표되는 여성건강 컨텐츠 등 3가지가 그것이다. 특히 잠자리 조언을 하는 유튜버들은 대부분 50대 안팎으로 보이는 중년여성들이었는데 당당히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앉아서 다소 낯뜨거운 내용을 웃으며 얘기하는 식이었다. 그들이 결혼한 여성인지, 싱글인지, 이혼한 여성인지는 알수 없다. 알고 싶지도 않고... 다음이나 네이버같은 포털사이트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했다. 물론 이런 내용들이 알면 좋을 내용들이고 지성씨 역시 50대가 된 이후 건강에 대한 정보를 가끔 찾고 있지만, 이런 생활정보 외에도 뭔가 중년여성의 실존을 다룬 형이상학적인 컨텐츠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지성씨에게는 실망이 컸다. 정말 중년여성들의 욕구를 제대로 미디어가 반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성씨처럼 586세대 여성들은 민주화과정에도 직간접적으로 동참하고 비교적 사회적인 삶을 살고 있는 고학력 여성들이 많은데 왜 그럴까? 왜 전형적 아줌마 컨텐츠만 있을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심리학자인 메리 저겐은 지난 수십년동안 여성주의운동에 힘입은 여성들의 해방, 사회의 성평등 의식 제고로 인해 중년 여성의 역할이 크게 확장되었으나 지금도 50세 이상의 여성의 삶과 관련된 연구나 이론이 매우 부족하다고 진단한다. 이는 비단 심리학 분야 뿐만이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전반에 대한 이야기로 봐도 무리가 없어 보이는데, 저겐이 발표 당시인 2007년까지 발표된 심리학 논문들을 분석한 결과 중년여성에 대한 연구주제는 매우 드물고 그나마도 ‘상실이나 외모와 생식능력, 성적 관심, 정신적 안정성, 결혼, 인지능력’에 집중한 경향이 있었다. 학술적 관심은 빈둥지 증후군에서 오는 고통과 폐경, 외로움, 과부신세, 우울증을 감내해야 한다는 주장 정도에서 그쳐, 이런 것들만을 보면 마치 중년 여성들에게는 좋은 일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저겐과 일련의 여성 심리학자들은 중년여성이 나이가 들면서 경험하게 되는 삶의 긍정적인 측면을 보고한 연구결과들을 대량 소개하고 있다. 저겐이 65세이상 여성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언제가 가장 인생에서 빛나는 시기였냐는 질문에 압도적으로 많은 시기가 55세였다고 하였다. 자녀와 남편을 돌보아야 하는 걱정과 필요성으로부터 자유로웠기 때문에 그 시기를 사랑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40대 후반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에서도 여성들이 20세때와 35세때, 그리고 현재의 기분 상태에 대해 질문했는데 대다수 여성들은 자녀들이 다 성장한 현재를 가장 행복해했다. 호주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에서도 중년여성들은 과거 어느 시기보다 중년인 현재에 만족하고 있었다. 또한 중년은 여성들에게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오래된 습관을 뒤로 하고 떠나는 새로운 출발의 시기로 많은 서구 논문에 묘사되었다(<심리학으로 바라본 중년여성의 심리> 중에서).
그렇다면 우리나라 중년여성을 대상으로 한 학술논문의 실태는 어떠할까?
지성씨가 구글 학술검색을 통해 검색한 결과 역시 주로 갱년기증상과 관련된 연구가 유독 많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이외에도 건강상태 및 건강관리, 여가, 우울, 스트레스가 절대 다수이고 일부 가족관계를 다룬 논문들이 있었다. 여전히 중년여성 하면 갱년기증상에 파생되는 건강문제가 관심사의 전부인가 할 정도로 많은 것이다. 또한 갱년기에 이어 우울 증상, 스트레스, 건강관리 등 중년여성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 차이의 요인을 밝히거나, 그러한 건강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글들이 절대 다수였다. 물론 방대한 논문 자료를 지성씨가 다 섭렵했다고 할 수는 없으나 구글 학술검색이 가지는 데이터의 방대한 위력을 감안할 때 주제의 탐색경향을 가늠하기엔 충분하다. 한마디로 중년여성은 학술적으로 갱년기 전후의 건강문제와 빈둥지 증후군으로 대표되는 엄마로서의 역할 탈출로 인한 허무함 정도의 차원에서 그닥 벗어나지 못한 인상을 준다.
전체 중년이나 중년남성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은퇴와 재취업, 직장생활, 노동, 여가, 중년 위기감 등 다양한 차원에서 다뤄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2007년도의 저겐 논문 이후 별반 변하지 않은 것이다. 한마디로 중년여성에 대한 학술적 관심이 기존의 가정주부로서의 여성을 전제하고 생식적 쇠퇴라는 점에 지나치게 초점을 기울였을 뿐 자아실현의 주체로서, 사회인으로서 중년여성에는 무관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오늘 아침 미국 샌디에고 중년여성 교민들이 ‘ Ajumma(아줌마) Exp’ 라는 댄스모임을 만들어 종횡무진 미국을 누비며 플래시몹을 하는 모습을 CBS가 심층 보도한 뉴스를 보았다. 한국교민들이 많이 사는 도시 중의 하나인 샌디에고에서 35세 이상의 중년 여성들이 일부러 한국아줌마 컨셉인, 짧은 파마머리 가발에 썬캡과 허리쌕을 두르고 백화점이고 마트, 공원, 지역축제 무대를 누비며 줌바댄스같은 춤을 흥겹게 추는 플래시몹을 한다. 이 모임 주축 멤버들은 다양한 전문직업을 가진 중년여성들로 한국의 중년여성을 대변하는 단어인 ‘아줌마’에 좀더 긍정적인 의미를 담아 미국에 확산시키고 싶어서 이런 컨셉을 고안했다고 한다. 중년여성들이 자신의 중년이 된 현재를 축하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이 모임의 목표라고 소개하는 영상을 보며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중년여성에 대한 아줌마 이미지는 그동안 사회적으로 선호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이미지는 누가 만들었을까? 이렇게 생식적 기능 쇠퇴로 인한 노화현상을 경험하는 존재로 중년여성을 대상화시킨 그 수많은 연구들과 그런 대중적 컨텐츠들을 소비하는 주체로서 중년 여성 스스로의 문제도 한번쯤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중년여성을 위한 나라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