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는 정말 큰 도시야, 시이나 링고 - 마루노우치 새디스틱
중학생 때였을까 인터넷에서 우연하게 듣게 된 이 노래.
가사는 모르지만 섹시한 느낌의 목소리와 화려하게 느껴지는 반주.
마루노우치 새디스틱이라는 노래에 빠졌다.
그렇게 가사도 모르는 노래를 수백 번 돌려 들었고 어린 시절 jpop이라고 하면 이 노래를 떠올렸다.
이 노래는 잊힐 때마다 한 번씩 내 알고리즘에 나타났고 그건 이번 도쿄 1년 살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도쿄가 정말 큰 도시라는 것을 자주 느낀다
이 큰 도시에 있다 보면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느껴질 때가 많이 있다.
부정적인 의미는 절대 아니다.
이 거대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내 모습이 좋았다.
작은 흔적들이 남겨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 노래가 알고리즘을 통해 오랜만에 내 귀로 들어왔을 때 이번에는 노래가 다르게 느껴졌다.
어느 정도 들리는 일본어 덕분에 중학생때와는 다르게 다가오는 노래였다.
섹시했고 화려했던 느낌보다는 어둡고 퇴폐적인 느낌이 강해졌다.
그래서 노래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어렴풋이 노래의 가사에 공감을 해볼 수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때까지 서울에서 살았던 나는 건대입구에서 살았었다.
그때의 건대입구는 지금만큼 사람이 북적이는 곳은 아니었다.
작은 빌라들이 줄지어있고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반이 3개뿐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내 활동반경이 작았기에 그렇게 느껴졌던걸 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놀러 간 건대는 어렸을 때와는 사뭇 달라져있었다.
건대가 아니어도 굉장히 크고 화려한 공간으로 가득 차있던 서울.
잠실과 홍대, 건대와 성수.
24시간 동안 하는 가게들이나 엄청난 규모의 쇼핑몰.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규모의 세계를 보고 직접 느끼는 게 재미있었던 거 같았다.
그리고 지금 도쿄, 개인적인 느낌일지도 모르겠지만 도쿄는 내가 그동안 다녔던 그 어떤 곳보다 거대했다.
종종 내 존재가 하찮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까 말했듯이 부정적인 느낌이라기보다는 세상에 정말 많은 사람, 상황, 현실이 있구나를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수십만 명의 인구가 모인 스미다가와 불꽃축제를 갔을 때.
수킬로미터가 떨어진 곳에서도 보이는 스카이트리를 볼 때.
도로에 종종 보이는 마리오카트를 타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볼 때.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일본의 젊은 대학생 친구들을 볼 때.
이 안에 내가 작은 쳇바퀴가 된 거 같다는 느낌.
도쿄는 나에게 너무 거대한 성이었다.
이 안에서 살아가는 것은 새로운 인생을 사는 거 같은 기분을 느끼게 만들어주었다.
報酬は入社後並行線で
보수는 입사 후에 평행선이고
東京は愛せど何も無い
도쿄는 사랑해도 아무것도 없어
椎名林檎 (시이나 링고) - 丸の内サディスティック (마루노우치 새디스틱 ) 中
나의 두 번째 인생.
도쿄에서의 나는 아무것도 없지만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