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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제 Apr 03. 2024

베텔기우스를 보면서 베텔기우스는 듣는 일상

이런 말장난 같은 순간이 있을 줄은 몰랐어, 優里 - ベテルギウス

일본에서 살다 보면 하늘을 자주 올려보게 된다.

그 위에 빛나고 있는 별들이 너무 잘 보이기 때문인데 이 덕분에 나는 매일같이 별들을 구경했다.

핸드폰에 별자리표 어플을 설치하면 핸드폰을 별 쪽으로 가져가는 것만으로 별의 이름을 알 수 있다.

퇴근하는 길 그리고 한잔 마시고 오는 길에 핸드폰으로 하늘을 바라보면 정말 많은 별들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시리우스, 베가, 목성 그리고 천왕성.

셰라탄, 멘카르, 리겔같이 처음 들어보는 별들까지.

별자리

별들을 보는 시간이 좋았다.

미세먼지가 없는 덕분일까.

일본의 공기는 맑고 투명하다는 이야기가 어울렸다.

덕분에 수많은 별들이 보이는 걸지도 모르겠다.

인생에서 이렇게 많은 별들을 본 적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별을 보기 위해 시간을 들여 천문대에 가거나 돈을 들여 장비를 구매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하늘에 있는 별들은 시선을 았아가는 그런 매력이 있었다.



도쿄에서도 별들이 그렇게 잘 보이는데 시골을 얼마나 잘 보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닛코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별을 보기 위해서였다.

닛코의 맑은 하늘은 저녁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샤워를 한 뒤 가볍게 입고 밖으로 나갔다.

차가 5분에 한대정도 지나가는 시골길.

옷을 얇게 입었는데 숙소에서 나간 순간부터 추위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산으로 둘러싸인 호수가 있고 그 위로 수백수천의 반짝임이 있었다.

숨이 가빠졌다.

아름다운 밤하늘을 눈으로 봐버리고 말았다.

눈으로 보이는 수천 개의 별들은 현실적이지 않았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종종 무릎을 꿇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순간이 그랬다.



아쉬움도 들었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많은 별들이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순간이 끝나면 한동안 이런 별을 보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슬퍼지기도 했다.


베텔기우스


어느 날 퇴근을 하고 발토니에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캔맥주를 마시면서 하늘을 보는데 유독 밝게 빛나는 별이 하나 보였다.

목성인가 하고 핸드폰을 밝게 빛나는 별을 향해 들었다.

각도를 맞추고 보니 베텔기우스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돌연 유우리의 베텔기우스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방에 있는 핸드폰에 이어폰을 연결하고 귀에 꽂았다.

그리고 재생한 유우리의 베텔기우스.


유우리는 드라이플라워라는 곡 때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베텔기우스라는 노래도 나온 날 바로 들어보았던 노래다.

노래가 좋아서 21년부터 계속 들었던 노래였다.

물론 최근에는 다른 좋은 노래들을 많이 잘 듣지 않는 노래였지만 베텔기우스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노래가 듣고 싶어졌다.


좋은 노래는 언제 들어도 좋다.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지면 노래의 효과는 배가 된다.

청각적인 작용을 하는 노래는 생각보다 시각적인 정보에 영향을 많이 받는 걸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장면에 어떤 노래가 나오느냐가 영화에서도 중요하듯이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베텔기우스를 보면서 듣는 베텔기우스는 그 어느 순간에 들었던 베텔기우스보다 좋았다.

나에게 있어 이 노래를 이 순간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였다.


何十年何百年昔の光が

몇십 년, 몇백 년 옛날의 빛이

僕自身も忘れたころに

나 자신도 잊어버렸을 즈음에

僕らを照らしてる

우리들을 비춰주고 있어

優里 (유우리) - ベテルギウス (베텔기우스)


내가 이 빛을 잊어버려도 언젠가 이곳에 다시 돌아와서 이 빛을 본다면

이 순간을 다시 기억해 낼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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