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성지순례를 하며 너의 이름은 ost를 듣다
내가 도쿄에 온 이유 중에 하나.
너의 이름은 성지순례.
이 성지순례를 하기까지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게 놀라웠다.
17살, 너의 이름은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일본영화를 좋아했기에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흔한 영화들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이런 영화를 인생영화라고 하는 거구나 생각했다.
내 취향의 소재와 영상미, 노래 그리고 결말까지.
창작물을 굉장히 좋아하는 나는 어릴 때부터 다양한 작품들을 음미했다.
하지만 2회 차인 것은 그 어떤 것도 없었다. 소설, 애니메이션, 만화 그리고 영화까지 단 하나도 없었다.
아무리 재미가 있는 작품이라도 나는 두 번 다시 보지 못했다.
줄거리나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장면에 대한 기억력이 특히나 좋았던 탓이었을까.
재미있다고 생각한 작품을 다시 보려고 하면 앞으로 나올 장면이나 묘사가 눈에 아른거렸다.
그런 이유에서 일까 작품 그 자체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두 번 본 창작물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내 발은 또다시 영화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한 번 더, 감동을 느끼기 위해.
두 번째 감상을 마치고 나는 인터넷을 통해 이 작품에 대한 정보들을 긁어모으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영화를 보고 감독이 집필한 소설을 구매했다.
엑스트라 이야기가 담긴 책도 구매해 읽고 만화로도 한번 더 봤다.
책과 만화를 보고 감동에 빠져 한 번 더 영화를 감상했다.
이 감동을 자주 느끼고 싶어서 VOD를 구매해 한 번 더 감상했다.
어떤 영화를 보고 마음에 들면 인터넷에 원작을 검색하고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고 소소한 이야기까지 모으게 된 건 이때부터였을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가 신주쿠를 배경으로 그려졌다는 것은 영화를 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성지순례라는 게 있다는 이야기도 알게 되었다.
덕분에 나는 언젠가 일본여행을 간다면 도쿄에 가서 너의 이름은 에 나온 그 장소들을 한 번씩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20살이 되고 갈 수 있게 된 도쿄.
부푼 마음으로 혼자서 비행기에 몸을 올렸다.
하지만 어째서였을까 나는 너의 이름은의 공간에 발을 디딜 수 없었다.
친척 고모네집을 숙소로 잡고 친척형들과 같이 돌아다니는 날이 많아서였을까.
너무 많은 관광지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해서였을까.
그때의 나는 남들과 비슷한 루트로 여행을 했다.
처음으로 떠난 해외여행이라 더 그랬던걸 지도 모르겠다.
이런 성지순례에 내 여행의 시간을 소비하는 게 맞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일본여행은 쉽기 때문에 또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생각처럼 일본여행은 쉬웠다, 그 후로도 혼자서 두 번이나 방문을 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도쿄가 아니었다.
조금씩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성지순례를 가야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여러 가지 일들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군대에 다녀와야 했고 다녀와서는 복학을 해야 했다.
방학 때는 코로나가 하늘길을 막았다.
떠나지 못하는 순간마다 너의 이름은 을 다시 보면서 그 감동을 곱씹었다.
그렇게 오래 걸렸던 내 성지순례가 이루어지는 날이 왔다.
일본에 와서 1년 살기를 시작하고 한 달이 좀 넘어가던 어느 날.
옛날부터 구글맵에 저장해 두었던 지도를 펼쳐보았다.
너의 이름은의 흔적이 있는 곳으로 떠났다.
카메라를 가방에 담아 전철에 몸을 실었다.
미츠하도 이 전철에서 타키와 마주쳤던 걸까.
그리고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타키의 모습에 어떤 감정을 가지고 전철에서 내렸을까.
마침 내가 내리는 역이 미츠하가 앉아있던 요요기역이었다.
잠시 역에 서서 모든 사람들이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장소가 나에게는 특별했다.
미츠하가 앉아있던 의자에 나도 잠시 앉아보았다.
잔잔한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떨림을 가지고 천천히 다음 장소로 걷기 시작했다.
여러 곳들을 가고 싶었기에 걸어야 하는 시간이 길게 있었다.
그래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너의 이름은의 ost를 듣기 시작했다.
ost가 재생될 때 영화 속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지나갔다.
요요기역에서 나오니까 거대한 도코모 타워가 보였다.
꿈을 이루는 순간의 첫 페이지였다.
노래를 들으면서 걷다 보니까 어느새 시나노마치역까지 이동을 할 수 있었다.
도코모타워가 영화 속 장면처럼 작게 보이기 시작했다.
타키가 저녁에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며 서있었던 시나노마치의 육교가 나왔다.
여러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육교였다.
벚꽃들이 떨어져 내가 바닥에 놔둔 가방 위에 꽃잎이 하나 내려앉았다.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노래를 들으며 더 걷기 시작했다.
타키와 미츠하가 서로를 찾기 위해 뛰어다녔던 스가 신사의 삼거리, 두 사람이 마지막에 만났던 스가 신사의 계단.
머릿속에 생생한 장면이다.
영화에 나오던 장소들을 실제로 걸어볼 수 있었다.
그 장면에 나오던 노래를 들으면서 그 장소를 걷고 있는 순간은 신기하다는 단어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타키가 숨을 고르던 요쓰야역, 타키와 오노데라가 일을 하던 Cafe La Boheme , 타키가 기대어 있던 Ladurée Shinjuku, 전전전세와 함께 재생되던 장면 속 신주쿠 경찰서 앞 사거리까지.
실제로 가볼 수 있었다.
꿈속에서 살고 있는 순간이었다.
일본에 와서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하나씩 해나가고 있는 지금이 마치 꿈만 같았다.
일상과 비일상의 중간에서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은 앞으로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 같다고 느꼈다.
특히 꿈에 그리던 성지순례를 하고 있던 순간은 더 잊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내가 사랑하는 영화가 다른 이들에게도 아직까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내가 방문한 장소에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육교에도 요쓰야역에도 사진을 찍거나 구경을 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 스가신사의 계단에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아직도 하루에 수백 명이 넘는 사람이 찾아오는 거 같았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지금 타키, 미츠하와 같은 공간을 공유하면서 살아가고 있구나 느끼는 시간이었다.
몸에 살짝 전율이 돋았다.
기분 좋은 떨림에 돌연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고 이 시간이 소중하게 지나갔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기분이 어떤 건지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다.
사진에 행복과 즐거움, 신기함 그리고 타키와 미츠하와 같이 있는 내가 담겼다.
君のいない 世界にも かの意味はきっとあって
네가 없는 세상이라도 무언가의 의미는 분명 있어
でも君のいない 世界など 夏休みのない 八月のよう
그래도 네가 없는 세계는 여름방학이 없는 8월 같아
君のいない 世界など 笑うことない サンタのよう
네가 없는 세계는 웃지 않는 산타 같아
RADWIMPS - なんでもないや (아무것도 아니야) 中
너의 이름은의 성지순례.
타키와 미츠하 그리고 나는 도쿄에 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