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8 15:07
겨울에 적은 메모.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메모가 있었다.
2023/12/08 15:07
천천히 죽음으로 가는 도중에
그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바라보는 순간이 있다.
여름이 나에게 그랬다.
살아있음을 느끼고
죽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여름을 사랑했다.
내가 살아있는 순간이라서
겨울에 여름이 정말 많이 생각났던 거 같다.
이렇게 여름을 예찬하는 글을 적어둔걸 보니 웃음이 나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름은 좋아하는 계절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계절.
누군가에게는 덥고 습한 그런 계절일지도 모르겠다.
덥고 습한 건 힘들지만 힘들 뿐 싫어하는 건 아니다.
땀을 흘리고 더워를 느끼는 게 좋다.
몸에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느낌이 살아있다는 단어를 가장 잘 느낄 수 있게 만들어준다.
겨울의 추위는 내 감각을 얼어붙게 만든다.
무미건조한 사람인 나를 더욱더 로봇처럼 만들어버린다.
봄은 따스하지만 자극적인 뭔가가 없다.
기분은 좋으나 의욕이 없어진다.
몸이 흐물거려 슬라임처럼 되어버리고 만다.
가을은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 없고 애매모호하다.
덥지도 춥지도 않다.
그래서 나는 여름을 가장 좋아한다.
그다음이라고 한다면 겨울 봄가을 순서일까.
여름에는 기운들이 숨어있다.
습한 공기 중에 있는 작은 물방울에 카페인이 섞여있는 걸 지도 모르겠다.
여름에는 항상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시도를 한다.
무언가의 시작은 항상 여름이었다.
어떤 일이든 시작은 언제나 즐겁고 기대되기에 여름을 더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살아있음을 느끼는 그 순간이 있다는 게 좋았다.
여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