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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구 Oct 03. 2024

잘못 들어선 길이 지도를 만들었다.

2024/08/05 15:33

좋은 글들은 읽으면 곧잘 기억에 남는다.

그런 말들을 기억하려고 하고 누군가와 나누려고 한다.

적어둔 메모들을 보다가 그런 문장들 중 하나가 눈에 띄었다.



2024/08/05 15:33

나아가야 할 곳을 잃어버렸다고 두려워하지 말자

잘못 들어선 길이 지도를 만들었다



이 문장을 보았던 계절이 정확하게 기억난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었다.

그때 읽던 책의 저자가 이런 말을 했었다.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들었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봄이어서 그랬을까.

그 말이 가슴 깊숙이 들어와 무겁게 가라앉았다.


걱정이 많은 2024년이었다.

친구들은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해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하고 있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학교를 쉬었던 나는 뒤늦은 시간을 따라가기 위해 벅차게 움직여야 했다.

미루어둔 일들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고 마음은 조급했다.

그때의 나에게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들었다는 말은 위로이면서 희망이었다.


그 문장처럼 내가 만들었던 지도를 슬쩍 보았다.

목적지를 향해 곧게 가는 지도는 아니었지만 착실하게 내 주변을 그려나가고 있는 지도였다.

주변에 그려진 길들은 행복이 가득했던 길들이었다.

지금은 정해둔 목적지를 향해 지도를 그리고 있지만 그 주변에 있는 길들도 분명 내가 걸었던 길이었다.


언젠가 그 길들을 한번 더 걷는 날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를 위해서라도 이 지도를 마음속에 잘 품고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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