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진 Jan 27. 2023

어떻게 어떻게 살아간다

시즌 1을 끝내며



기초 생활 수급자가 된 것도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내 정신병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하루에 한 알씩 비상약을 먹어야 하는 지경이다. 그래야 머릿속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행복하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난생처음 익명의 힘을 빌려 내 이야기를 가감 없이 해보았기 때문이다.


이 글들은 내 인생 분투기다. 마냥 긍정적인 글들도 있지만 읽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힘든 글들도 있다. 누군가는 말할 수도 있다. 가난과 병을 이렇게 남들이 다 보게끔 전시하는 게 창피하거나 부끄럽지도 않냐고. 그 말에 나는 ‘아니.’라고 단호하게 대답할 수 있다. 나는 나의 가난과 병이 창피하지 않다. 오히려 이것들을 내보임으로써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과 연대하고 싶을 뿐이다.


내 글을 보고 ‘난 저렇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행복해.’라고 생각해도 상관없다. 오히려 그래주면 고맙지.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쓴 글인데. 그저 세상에는 나와 같은 사람들도 열심히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나는 말하고 싶었다.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다. 병이 있어도 행복할 수 있다. 비록 말 못 할 고통이 찾아올 때도 있지만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고통은 어떤 방식으로든 모든 사람에게 온다. 어떻게 견뎌내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글을 쓰면서 내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단 결혼은 포기했고 (나는 내가 가난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위해서라도 연애와 결혼은 하지 않을 예정이다.) 나에게 주어진 두 생명(까망이와 말랭이)을 잘 맡아 키우기로 결심했다. 가난해도 한 푼 두 푼 돈을 아끼기로 마음먹었고, 허락이 되는 한 나를 짓누르는 가난과 병에 굴복하지 않고 밝게 웃으면서 살아가기로 했다.


내가 글을 올릴 때마다 찾아와 주는 구독 식구들이 없었더라면 의지가 꺾여 글을 끝까지 쓰지 못했을 수도 있다. 댓글 창을 열지 않아 말로 소통하지 않았는데도 우리는 ‘라이킷’이라는 버튼 하나로 언제든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댓글을 쓰지 못해 답답했던 분들도 계셨을 것 같은데 그분들께는 정말 죄송하다.


댓글 창을 열었더라면 좋은 말들을 많이 들을 수도 있었을 것인데, 나는 나에게 날아오는 조그마한 돌도 무서운 사람이라 아직까지 댓글을 열 용기를 내지 못하겠다. 한 마디로 열 마디 좋은 말속에 섞여 있을 하나의 악플이 무서워 댓글을 열지 못한다는 소리다. 너무 소심한가? 그래도 이런 모습도 나답다고 봐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


심심한 것을 참지 못하는 사람이니 아주 빨리 시즌2로 찾아오도록 하겠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이전 12화 말랭이 구출 작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