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 하늘해
오늘 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시는 전화하지 않겠다고 그랬잖아
술 취해 들려오는 니 목소리
넌 이미 내 곁에서 지워졌잖아
어색해진 내 모습들마저
너는 왜 그래 하며 그렇게 넘기지
우리에겐 여전히 친구란 이름이 아직 남아있다면서
그런데 넌 왜 내게 전화 걸지 (그런 눈물과 함께)
날 보며 쓴웃음만 보이는지
차라리 솔직하게 말할 순 없니
나 혼자 이런 아픔 어떻게 견디라고 하는 건지
어젯밤 미안하단 똑같은 말
어제는 잠시 내가 술에 취해 그랬다고
그렇지 그렇게 넌 말하겠지
하나 더 무거워진 내 맘은 뭔지
사실말야 나도 너와 같아
너무 갑작스레 바뀐 생활 낯설어
아침마다 니 사진을 보며 인사 건네는 습관도 여전해
그런데 넌 왜 내게 전화 걸지 (그런 눈물과 함께)
날 보며 쓴웃음만 보이는지
차라리 솔직하게 말할 순 없니
나 혼자 이런 아픔 어떻게 견디라고 하는 건지
오늘은 전화하지 않았으면 (니가 보고 싶거든)
혹시나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직은 조금 나를 위한다면은
차라리 니 목소리 다시는 들을 수 없게 해 주길
세상에 처음 내놓은 데뷔곡을 떠올려본다. 그 곡을 녹음하고, 처음으로 무대 앞에 섰던 기억 앨범이 레코드 가게에 진열되었을 때, 누군가 내 이름이 아닌, 내 앨범의 가수로 나를 불러줬을 때의 벅참. 그리고 그 음악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 지금도 나를 기억해 주는 고마운 이들.
하지만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때의 감격이나 추억을 꺼내려는 건 아니다. 2003년, 그 시절의 나는 어떤 꿈을 꾸고 있었을까. 무엇을 바라보며 하루를 살았을까. 내 꿈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내 이름을 걸고 앨범을 발매하는 것.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이어진 그 꿈은 대학교에 입학해서도 여전히 가장 소중하고 강렬한 목표였다. 다만, 너무 단순했다. 음악을 만든다는 것과 그 음악으로 살아간다는 것 사이엔 생각보다 큰 간극이 있다는 걸 그땐 몰랐다. 알았다고 하더라도 큰 차이 없이 꿈을 좇았을 것이다.
첫 번째 싱글에는 4곡이 실려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2007년에 발매한 정규 앨범에 비해 여러모로 부족한 퀄리티였지만, 그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해낼 수 없던 내가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아 하나의 앨범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 꿈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문득 지금의 나는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되물어본다. 그 시절엔 단순했지만 선명했던 꿈이 있었는데, 지금의 나는 어떤가. 언제든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여건과 경험을 갖췄지만, 이제는 ‘앨범을 낸다’는 것이 더 이상 꿈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 꿈은 여전히 내 안에 있는 걸까. 하루하루 현실에 치여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꿈을 꾸는 일조차 나 자신에게도 인색해진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내가 만든 음악들은 늘 틈 사이에서 피어났던 것 같다.
현실에 작게 생긴 틈, 그 사이로 스며든 영감이 나를 움직였다. 그러니, 나에게도 틈이 필요하다. 조금은 느슨하게 나를 놓아줘야겠다.
2003년을 돌아보면, 그 시절 음악을 통해 알게 된 소중한 사람들도 있다. 지금은 연락이 끊긴 이들도 있지만, 여전히 안부를 주고받으며 지내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그 첫 싱글 이후, 2007년 정규앨범 발매까지 3년 4개월이라는 시간을 방황하며 보내게 되지만, 오늘은 그 모든 시간보다 먼저 있었던 ‘처음’의 기억을 꺼내본다. 그 시절 꿈을 꾸던 나를 다시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