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사람들이야 숱하게 손가락질을 받아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하게 강약약강 류의 사람들이 나쁘다고 여긴다.
반면 강강약약 류의 사람들은 정의롭다는 인식이 강하다.
강자에게 더 강하고 약자를 챙기는 사람들은 얼핏 보면 착해보인다.
하지만 잘 들여다봐야 한다. 강강약약 류의 사람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착한 건 아니니까.
개인적으로 반반이라고 본다.
진짜 착한 사람이 반, 지이이인짜 악한 사람이 나머지 반.
정의롭다기보다는 정의롭게 '보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강자 앞에서 강한 척을, 약자 앞에서 약한 척을 한다.
예를 들면 버스에서 노인에게 자리 양보를 하지 않는 학생을 꾸짖는다거나
부서 내 약자의 편에 서서 조금 덜(?) 약자인 중간 직원에게 버럭버럭 화를 낸다든가
관리자의 입장에서 노조가 탄탄하게 형성된 조직 구성원들의 눈치를 보느라
그야말로 소외된 소수에게 일을 몰아준다든가 하는 경우가 그렇다.
나는 그들이 진정한 악인이라 생각한다.
조직에서 중간 직급에 오래 머물러 있는 사람으로서 저런 강강약약(이고 싶어한) 류의 관리자가
정말이지 최악이다.
거대한 노조를 등에 업은 가짜 약자와 너무 소수라 그런 조직조차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못한 진짜 약자를
제대로 구분해줬으면 하지만 쉽지 않다. 아니, 구분을 해서 더더욱 가짜 약자에게 한없이 약해지는 걸수도.
정치인들도 그렇다.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척하는 보여주기 식 정책들로 강자와 약자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무채색 사람들은 소외 당하는 경우가 많다.
강과 약의 개념을 경제적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도 비슷하다.
가난한 사람 앞에서 돈 자랑하는 사람이야 설명도 필요 없이 악인이지만 가난한 사람 앞에서 돈이 없어 죽겠다며 앓는 소리를 늘어놓는 부자들도 악하다고 본다. 돈을 빌려달라고 할까봐 두려워서든,
공감하는 척 하고 싶은 가식이든 어느 쪽이든 그건 잘못된 행동이다.
강강약약, 물론 좋다.
강한 사람 앞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약한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낮추고 부드러운 건 물론 옳은 일이다.
하지만 그게 정의로운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오늘도 신입 직원 왜 도와주지 않냐고 버럭거리는 상사에게 상처 받고 이렇게 글을 써본다.
신입 도와줄 정신이 어디 있겠니,
네가 못하겠다고 해서 내게 넘어온 일들까지 처리하느라 오줌 싸러 다녀오는 것도 전력질주 하는 나인데......
강약약강, 강강약약 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으면 한다.
세상에는 그냥 개념있고 착한 사람들과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존재할 뿐이다.
뉴스를 봐도 주변을 봐도 도저히 제 정신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넘쳐나기에 인간에 대한 기대 자체를 제로 베이스로 만들어야 하는데 오늘도 실패했다.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이 있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단점만 가득한 정말 별로인 인간들도 꽤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도 의외로 평범한 척 조직에 융화되어 그럭저럭 살아간다. 그들의 마음이 지옥이기를.
아무리 조심해도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에 살얼음판 걷 듯이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신경써서 하는 사람들이 행복하면 좋겠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제멋대로 굴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은 겉으로 괜찮아보여도 그 마음이 반드시 지옥이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강자 약자 구분없이 모두에게 친절하고 싶다.
모든 사람들이 타인을 섣불리 강자라고 혹은 약자라고 판단하지 말고 서로에게 친절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