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렸다가 맑았다가
가만히 마음을 들여다보면
결국 욕심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
지금도 그렇다.
일단 방이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아이들의 공부방과 침실을 분리시켜줄 수 있고
거실 가구들도 어느 정도 분산시켜
훨씬 정돈되고 깔끔한 집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차도 한대 더 있으면 좋겠다.
남편과 내가 동시에 따로 움직여야 할 때,
우선순위를 따지지 않고 기동력이 생길테니 싸울 일이 줄어들 것이다. 그럼 우린 지금보다 행복할텐데.
또 질 좋은 음식을 돈 걱정 없이 사 먹고 싶다.
아웃백에 가면 사이드 메뉴 따위 신경쓰지 않고,
샐러드는 샐러드대로 스테이크는 스테이크대로
파스타는 파스타대로...... 시켜서 편하게 먹고 싶다.
먹으면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싶지 않다.
주기적으로 피부과도 다니고 옷도 사고
여행도 다니고 싶다.
돈이 여유가 없으니 누워서 폰이나 보는 게 힐링의 전부가 되었다.
이런 생각들이 끝도 없이 이어지니
마음이 무채색이 되어버린다. 창밖엔 벌써 봄이 오려는지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진 느낌인데,
내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고작 얼마 되지도 않는 월급을 모은다고 한들
위에서 언급한 생활은 도저히 현재 수준에서 월급을 모은다고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열심히 살았고 살고 있는데 도대체 왜?
공부도 열심히 일도 열심히 엄마로서도 아내로서도
정말 체력을 쥐어짜내 하루하루 살아내고 있는데
도대체 언제 볕이 들까, 나의 마음에는......
이렇게도 나의 행복을 걷어차내는 욕심에도
브레이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뇌에 비절개방식으로 칩 같은 걸 심어서 욕심에 가동이 걸리면 즉각 멈추게 하는 그런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
그럼 오늘만 해도 저런 욕심에 욕심이 이어지는 생각들은 멈추고,
현재를 찬찬히 들여다보게 될텐데.
주말 아침, 늦잠.
여유롭게 차려 가족 다같이 모여 앉아 먹은 아침 식사.
아이들을 데리고 걸어서 다녀온 동네 도서관.
걷기 딱 좋았던 날씨.
봄 내음 물씬나던 점심 식사, 냉이 된장찌개.
마트에서 사온 냉이를 씻으며 맡았던 향긋한 냄새.
조잘조잘 떠들어대던 아이들의 새 학년 친구들 이야기.
남편의 실없는 농담에 빵 터지던 나의 모습까지.
행복이 아닌 게 없는 오늘이다.
욕심만 멈추면 건강하게 웃을 수 있는 지금 이 순간,
모든 게 행복이다.
바빴던 겨울,
남편도 나도 업무와 집안일에 허덕이느라 여행 한 번 못 다녀왔지만... 괜찮다.
예약해뒀던 여행을 어쩔 수없이 취소했지만 괜찮다.
지금 여기에서 더 바라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
행복을 미래형으로 두고 욕심을 채우기 위해
액셀만 밟고 밟아 달리지 않기로 한다.
다시 한번 브레이크를 밟는다.
현재 진행형으로 행복을 느끼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