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이 몰려오는 오후

흐림

by 윤성

세상이란 길바닥에는

여기저기 냄새나는 똥들이 싸질러져 있다


어리석게도

나는 이제껏 피하지 않고

그 똥들을 꾹꾹 밟으며 살아왔다

보이지 않으면 구태여 찾아가서 밟으며 살아왔다


언젠가 나로부터 한 발자국씩 물러나주던 사람들은

내가 좋아서 그런 게 아니었다

내게 따질 논리가 없어서도

나와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어서 양보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들은 나라는 똥을 피하고 싶었던 거였다

그걸 또 내가 이긴 줄 알고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쳐들고 살아왔다


수치심이 몰려오는 오후......


하지만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됐다

늙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똥을 밟는 사람들을 보면

이제라도 알았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안도감이 차오른다


이제부터라도 잘 피하면 된다

이제부터라도 행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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