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은 세상이 온통 자랑으로 가득 찬 느낌이다. 여기 브런치만 봐도 그렇다. 어찌나 아는 게 많고, 이력이 화려하고, 똑똑하고, 세계 방방곡곡 가본 곳도 많고, 필력들도 좋고, 삶이 성찰로 충만한지. 하지만 나는 자랑하는 누군가를 천박하다고 또는 경송하다고 욕할 자격이 없다. 내가 어느 대학을 졸업했다고, 뜬금없이 말하지 않기까지 이십 년이 넘게 걸렸기 때문이다. 열심히 공부했고, 한 만큼 성적이 나왔고, 나보다 공부 잘 하던 아이들을 하나둘씩 내 뒤로 보내고 또 보내며 결국 원하던 대학에 진학했다. 정말 기뻤다. 서울에서도 순위가 높은, 특히 어른들이 참 좋아하는 대학이다. 대학의 가치를 지금보다 훨씬 높게 보던 시절을 살아낸 친척 어른들은 아직도 나만 보면 내 대학 이야기를 한다. 대단하다고, 똑똑하다고. 쓰다보니 또 자랑이네, 천박하긴. 하지만 나는 안다. 그게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것을. 대학 졸업 이후 내가 성적으로 뒤로 보냈던 아이들이 다시 내 앞으로 달려나가는 걸 보며, 점점 대학은 나의 유일한 자랑거리로 자리 잡았다. 취업, 외모, 연애, 직장, 그리고 결혼과 출산 후에는 친정이나 시댁의 재력까지 무엇 하나 내세울 게 없었으니까. 그러니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도, 두어번 갈아탄 직장에서도, 취미로 다니던 미술학원에서도, 아이를 키우며 동네에서 아줌마들과 브런치를 하면서도, 그리고 재 취업하여 새로운 직장에 출근해서까지 나는 은근슬쩍 내가 그 대학을 졸업했다고 자주 또 뜬금없이 자랑을 했다. 자랑이 아닌 척, 은근히 대화의 주제를 그 쪽으로 몰아서. 너희가 아무리 예뻐도, 결혼을 잘 했어도, 친정 혹은 시댁이 부자라도, 자식들이 공부를 잘 해도, 남편과 사이가 좋아도 나는 열심히 공부해서 그 대학을 나왔으니까. 그거 하나로 나의 인생도 결코 초라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입증하고 싶었던 것 같다. 너희 되게 행복해보인다, 그렇지만 나도 너희보다 나은 구석이 하나 있긴 있어. 그 말이 하고 싶어서 누굴 만나 어떤 대화를 해도 입이 근질거리고 초조했다. 얼른 자랑이 하고 싶어서...... 얼마나 천박하고 경솔해 보였을지 돌이켜보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괜찮아. 지금이라도 알았으니까. 지금부터라도 그러지 않으면 되니까. 그러니 나는 자랑하는 누군가를 천박하다고 또는 경솔하다고 욕할 자격이 없다. 아는 언니가 남편 자랑을 해도, 친구가 명품 자랑을 해도, 동네 아줌마가 자식 자랑을 하고 엄마 친구가 사위 자랑을 해도 나는 욕할 자격이 없다. 그저 그거라도 잘났다고 말해야 스스로 초라하지 않은 모양이라고, 미소 지으며 좋겠다...하고 넘겨야 한다. 최소한 내가 뜬금없이 그 대학을 나왔다고 떠들었던 횟수만큼. 수치스러운 그 횟수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