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하고 싶으시면 얼마든지 3

by 윤성

주식 투자에 성공해 부자가 된 부부를 안다. 부자가 되어 부자 나라에 가서 일하지 않고 사는 부부.


매일 산책을 하고 요가를 하고 여유로운 문화와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건 조금 부러운데 이국적인 풍경에서 학업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자라는 그 집 자녀들을 보면 많이 부럽다. 부러워서 마음이 괴롭다. 질투는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만족스럽던 나의 일상을 보잘 것 없이 만든다. 그러면서도 외면하지 못하고 나는 매일 그 부부의 블로그에 들어가 글을 읽는다. 자랑으로 가득한 사진들을 감상하고 또 부러워 배가 아프고 만다.


그들은 자랑하려 글이나 사진을 게시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그저 일상을 공유한다거나 이민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표면적 목적이 있다. 하지만 일해서 벌어 먹고 사는 삶을 노비라고 표현하거나 자신들은 꾸준한 노력으로 부자가 되었다는 등 배려 없고 아집에 찬 사상이 드러나는 문장들에서 본심이 드러나는 것 같다. 정말 아름다운 풍경과 잔잔한 일상을 공유하고 다른 방식의 삶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경우 글에서 그런 싸구려 사상이 드러나지 않거든. 가난을 벗어났다고 수차례 강조하는 것만 봐도 일상의 공유나 정보 목적을 가장한 마음 아래 과시라는 굵직한 뼈대가 있는 게 또렷하게 보인다. 갑자기 부자가 되어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 건 알겠는데 그게 노력에 의한 거라며 열심히 일해서 돈 버는 삶을 노비처럼 생각하는 건 굉장히 천박하다고 본다.


애쓰지 않는 삶은 없기에.


당신들은 그저 운이 좋아 애쓴 만큼 성취했을 뿐.

주식, 코인, 투자 같은 검색 키워드를 넣고 글을 쓰면서


- 우리는 성공했다

- 우리 아이들은 학업 스트레스 없이 돈 걱정 없이 자유롭게 삶을 즐기도록 키울 것이다


줄줄이 반복하는 건 투자 실패로 자살하는 이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배려가 너무 없는 것 아닌지. 당신들보다 훨씬 노력해도 평생 돈 걱정하고 살아야 하는 인생이 천지인 세상인데 말이다. 인격과 물질적 성공은 역시 비례하지 않는 모양이다. 무례하긴.


사실 부러운 마음이 전부는 아닌 거 같다. 내 성격에 정말 순도 100% 부러운 마음만 있었다면 카톡 친구목록에서도 삭제하고 인스타그램 팔로우도 끊고 블로그를 찾아 들어가는 일도 없을테니까. 나는 행복하기 위하여 그 정도는 비겁할 수, 아니 현명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외면하지 않고 부부의 게시물이 올라올 때마다 정독하는 내 심리의 기저에는

아마 자신들의 방식만이 옳고

그래서 성공했고

더할나위 없이 만족한다는 그들의 좁은 시야에 대한

우월감도 존재하지 않을까?


삶의 다양한 모습들에 대해 비교적 내가 더 많이 알고

그렇기에 더 풍요롭게 성찰한다는 우월감.

그들만큼 부유하지 않더라도

일의 대가로 돈을 받아 사는 일상이더라도

못지 않게 행복하다는

가성비(?) 좋은 나의 행복에 대한 우월감.


그리고 일이라는 게 돈을 버는 수단으로서만 의미가 있는 게 아니기에 그걸 알지 못하는 그들에 대한 연민도 조금은 존재한다.


나에게 있어 일이라는 건 돈만 있으면 때려치울 대상이 아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일정 부분 기여한다는 자부심, 대학까지 10년 이상 열심히 배우며 갈고 닦은 지식을 발휘하는 재미, 출퇴근으로 규칙적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기분 좋은 강제성까지 띠는 게 내게 있어서의 일이다. 일이 있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통해 스스로 무언가 진행하고 완성하는 성취감도 느낀다. 매일 비슷한 일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 매일이 다르고 아이들은 사회에서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 한다. 돈을 얼마 버는지 보다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거다. 그리고 나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호화로운 지역에 살지 않고 비싼 교육을 시키지 못하더리도 아이들에게 행복이 무언지는 충분히 가르칠 수 있다. 누룽지에 묵은지를 올려 먹어도, 하얀 밥에 계란프라이를 올려 간장만 넣고 비벼먹어도 행복할 수 있다. 이런 행복 또한 보잘 것 없지 않다고,

매일 글이나 사진을 올리지 않아도 조용히 행복한 사람들이 세상에는 많다.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 그러하다.


오히려 일하지 읺고 떼돈을 버는 자신들의 방식만이 옳다고 돈 자랑을 해야만 조금이나마 행복한,

그게 가짜 행복인줄도 모르는 삶을 그들도 조금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자랑이 아니라면 너무 경솔해서 타인에 배려라고는 없는 이기심을 되돌아보든가.


일해서 돈을 버는 게 어때서

노비라니.


그리고 노비가 어때서,

누구의 삶에나 반짝거리는 순간은 있기 마련인데.

아니 애초에 노비가 뭔데,

구닥다리 조선 시대 계급 나누듯이

일해서 돈 버는 사람은 노비로

투자 성공해서 떼돈 번 자신들은 마치 양반처럼 계급을 나누다니 정말 저급하긴.








이상 긁힐 대로 긁힌 현대판 노비의 글이었습니다.

사실 당신들이

노비라고 하든말든 괜찮아,


행복해.


노력에 비해 이룬 게 적은 나의 삶에도

반짝거리는 건

있으니까.


분명

있으니까.


그게 어쩌면

당신들의 돈보다 훨씬 반짝거릴지도 몰라요.


그래서 당장 몇십억이 생기더라도

나는

일을 그만두지는 않을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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