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늘 내게 좋은 걸 줬다.
맛있는 음식.
예쁜 옷.
손 편지와 직접 만든 가방.
언젠가 내가 학교에 다녀오는 사이
엄마가 나의 방을 처음 꾸며줬던 날을 기억한다.
월세를 내며 살던 단칸방 가족이 나가고
엄마는 그 방을 나의 방으로 꾸며주었다.
부유한 형편이 아니었지만
엄마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 했다는 걸 안다.
시집 올 때 가져온 나무 탁자에
깨끗한 수건을 깔고
그 위로 시장에서 새로 사온 화장품들을
진열해뒀던 엄마.
내가 학교에서 집에 올 때까지
엄마는 얼마나 설레고 행복했을까?
엄마가 지금의 나보다 어렸을 때의 이야기다.
반면 아빠는 늘 내게 좋지 않는 것만 줬다.
담배연기.
술 주정.
폭력.
도대체 왜 엄마처럼 예쁘고
착한 부잣집 막내딸이
아빠 같은 사람을 만나 평생 고생을 하는지
나는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다.
아빠도 내게 최선을 다 했다는 건 안다.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면
다른 아이들은 모두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렸지만
나는 교문 앞에서 기다리는 아빠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내 마음 속에 남은 건
날 데리러 온 아빠의 사랑이 아니라
운전하며 끼어들거나 끼워주지 않으려는 차들을 향한
아빠의 욕짓거리.
어쩌다 둘이 한 공간에 있으면
어색한 공기를 풀려 던지는 아빠의 농담이 주는 온기가 아니라
칠십이 넘어서도 끊지 못한 담배 냄새.
기관지가 약한 내가 기관지가 약한 아기를 낳고도
끊지 못한 그 놈의 담배 냄새.
그래서 늘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 무얼 해주는 것보다
그 사람이 싫어하는 걸
최대한 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진짜 사랑이 아닐까
싶은 생각.
아무리 깊은 사랑을 주더라도
상대가 싫어하는 게 조금이라도 섞이면
그 사랑은
빛을 잃고 퇴색하므로.
나도 좋은 걸 주고 싶은 마음만큼
싫어하는 걸 하지 않으려 조심할 생각이다.
남편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정말 맛있는 음식을 정성껏 준비하더라도
그 과정이 고되다고
짜증을 버럭 내는 순간
다채로은 나의 사랑이 상대에겐 흑백으로 닿을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나의 사랑이 오래오래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조심해야지,
지금부터
노력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