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아, 이모가 달걀귀신 이야기 해줄까?
이모 이야기는 다 재밌어.
어릴 때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귀신이야기를 많이 했어
물귀신, 목 없는 귀신, 달걀귀신 ...
진짜 무서웠어. 왜냐하면 이게 들을 때
한번 무섭고 마는 그런 차원이 아냐, 우리가 언제라도 맞딱드릴 수밖에 없는
일상생활 속 귀신들이었거든.
우리 동네에 강이 있었잖아.
봄에는 강에 가서 고둥잡고
여름이 되면 하루에 한번은 강에 가서 멱을 감았는데 그 강에서 나오는 귀신이
바로 물귀신이야.
목 없는 귀신은
우물가에서 나오는 귀신이야.
어른들이 밤에 우물가에 목 없는 귀신이 나온다고 있는 대로 겁을 줬지.
해거름만 되어도
우물 옆에 지나가면 뒤에서 뭐가 땡기는 것 같았어.
오싹오싹 했어.
뭐니뭐니해도 제일 무서운 건 달걀귀신이었어.
달걀귀신은 대밭에서 나오는 귀신이야.
우리 동네가 대나무로 유명했잖아.
대밭천지였지.
어릴 때 우리는 밤에도 놀러다녔어.
낮에는 아이들도 학교 갔다 와서 집안일을 했기 때문에 놀 시간이 별로 없었거든.
그래서 밤에 몇 명씩 뭉쳐서 놀러 다녔어.
근데 이집저집 가지는 않고 주로 가는 집이 정해져 있었어.
부모님이 자주 집을 비우거나, 집에 있어도
친구들이 오든지 가든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집 이있는 법이거든.
우리는 대놓고 그 집에 가서 놀았어.
근데 그 친구 집을 가려면 동네에서 제일 큰 대밭,
그러니까 달걀귀신이 나오는 바로 그 대밭을 지나가야했어
대밭은 낮에도 좀 으시시하단다.
대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있는데,
사이사이에 대이파리를 달고 있는 가는 가지가 제멋대로 우거져있어.
그 모습이 꼭 미친 여자가 긴 머리를 풀어헤친 것 같아 보여.
게다가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대나무가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지들끼리 부딪혀. 대이파리가 얇고 힘이 없잖아, 이것들이 서로 부딪히면
스르르 스르르륵 괴이한 소리가 나거든.
꼭 귀신이 나올 때 나는 소리 같다니까.
그런데 그 대밭을 밤에 지나간다고 생각해봐.
우리는 친구 집에 놀러갈 때 주로 세 명이 다녔어.
근데 친구 집에 갈 때는 별로 안 무서워, 초저녁이거든.
집으로 돌아 올 때가 문제야.
밤이 이미 깊었잖아.
요즘에는 시골에도 가로등이 있지만
그때는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을 때 였어
그야말로 칠흑같이 깜깜했지.
달이 없는 날에는
밖에 나가기만 해도 무서워서 오금이 저렸어.
그런데 그 밤에
우리가 그곳을 지나가면,
대밭에서 달걀이 또르르 굴러나오는거야.
머리가 쮸뼛 서는 거지.
이 달걀이 바로 달걀귀신이거든.
이 달걀을 절대 밟으면 안 돼 왜냐하면
달걀을 밟는 순간 달걀에서 귀신이 툭 튀어나와서 잡아가니까.
순이야 달걀 길에 나왔나 잘 보고가, 달걀 나왔으면 절대 밟지마.
우리는 맨 앞에 가는 친구의
이름을 부르면서 달걀 조심하라고 소리를 질렀어.
우리는 진짜 땅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뛰다시피 걸었지.
대밭에서 굴러 나온
달걀을 밟지 않고 피해가려고 필사적이었어.
대밭을 다 지나갈 때까지 기를 쓰고 땅을 쳐다봤어.
-이모
진짜 달걀 나왔어?
-나왔나? 안 나왔나?(딴청)
-어른들이 애들한테 달걀 귀신이야기로 겁을 주다니 너무 심한 거 아냐?
-어른들이 밤에 길 갈 때 잘 살피고 다니라고
그랬던 것 같아. 시골에는 길에 돌멩이도 굴러다니고 패인 곳도 많잖아,
헛디뎌서 넘어지면 낭패니까 조심하라고
그랬나봐.
밤길 조심하라
밤에 어딜 싸돌아다니냐, 이런
잔소리를 무서운 이야기로 대신한 게 아닌가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