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달걀귀신 이야기

달걀 귀신 이야기

by 분홍소금

솜아, 이모가 달걀귀신 이야기 해줄까?

이모 이야기는 다 재밌어.


어릴 때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귀신이야기를 많이 했어

물귀신, 목 없는 귀신, 달걀귀신 ...

진짜 무서웠어. 왜냐하면 이게 들을 때

한번 무섭고 마는 그런 차원이 아냐, 우리가 언제라도 맞딱드릴 수밖에 없는

일상생활 속 귀신들이었거든.


우리 동네에 강이 있었잖아.

봄에는 강에 가서 고둥잡고

여름이 되면 하루에 한번은 강에 가서 멱을 감았는데 그 강에서 나오는 귀신이

바로 물귀신이야.

목 없는 귀신은

우물가에서 나오는 귀신이야.

어른들이 밤에 우물가에 목 없는 귀신이 나온다고 있는 대로 겁을 줬지.

해거름만 되어도

우물 옆에 지나가면 뒤에서 뭐가 땡기는 것 같았어.

오싹오싹 했어.


뭐니뭐니해도 제일 무서운 건 달걀귀신이었어.

달걀귀신은 대밭에서 나오는 귀신이야.

우리 동네가 대나무로 유명했잖아.

대밭천지였지.


어릴 때 우리는 밤에도 놀러다녔어.

낮에는 아이들도 학교 갔다 와서 집안일을 했기 때문에 놀 시간이 별로 없었거든.

그래서 밤에 몇 명씩 뭉쳐서 놀러 다녔어.

근데 이집저집 가지는 않고 주로 가는 집이 정해져 있었어.

부모님이 자주 집을 비우거나, 집에 있어도

친구들이 오든지 가든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집 이있는 법이거든.

우리는 대놓고 그 집에 가서 놀았어.

근데 그 친구 집을 가려면 동네에서 제일 큰 대밭,

그러니까 달걀귀신이 나오는 바로 그 대밭을 지나가야했어


대밭은 낮에도 좀 으시시하단다.

대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있는데,

사이사이에 대이파리를 달고 있는 가는 가지가 제멋대로 우거져있어.

그 모습이 꼭 미친 여자가 긴 머리를 풀어헤친 것 같아 보여.

게다가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대나무가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지들끼리 부딪혀. 대이파리가 얇고 힘이 없잖아, 이것들이 서로 부딪히면

스르르 스르르륵 괴이한 소리가 나거든.

꼭 귀신이 나올 때 나는 소리 같다니까.

그런데 그 대밭을 밤에 지나간다고 생각해봐.


우리는 친구 집에 놀러갈 때 주로 세 명이 다녔어.

근데 친구 집에 갈 때는 별로 안 무서워, 초저녁이거든.

집으로 돌아 올 때가 문제야.

밤이 이미 깊었잖아.

요즘에는 시골에도 가로등이 있지만

그때는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을 때 였어

그야말로 칠흑같이 깜깜했지.

달이 없는 날에는

밖에 나가기만 해도 무서워서 오금이 저렸어.


그런데 그 밤에

우리가 그곳을 지나가면,

대밭에서 달걀이 또르르 굴러나오는거야.

머리가 쮸뼛 서는 거지.

이 달걀이 바로 달걀귀신이거든.

이 달걀을 절대 밟으면 안 돼 왜냐하면

달걀을 밟는 순간 달걀에서 귀신이 툭 튀어나와서 잡아가니까.


순이야 달걀 길에 나왔나 잘 보고가, 달걀 나왔으면 절대 밟지마.

우리는 맨 앞에 가는 친구의

이름을 부르면서 달걀 조심하라고 소리를 질렀어.

우리는 진짜 땅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뛰다시피 걸었지.

대밭에서 굴러 나온

달걀을 밟지 않고 피해가려고 필사적이었어.

대밭을 다 지나갈 때까지 기를 쓰고 땅을 쳐다봤어.


-이모

진짜 달걀 나왔어?


-나왔나? 안 나왔나?(딴청)


-어른들이 애들한테 달걀 귀신이야기로 겁을 주다니 너무 심한 거 아냐?


-어른들이 밤에 길 갈 때 잘 살피고 다니라고

그랬던 것 같아. 시골에는 길에 돌멩이도 굴러다니고 패인 곳도 많잖아,

헛디뎌서 넘어지면 낭패니까 조심하라고

그랬나봐.


밤길 조심하라

밤에 어딜 싸돌아다니냐, 이런

잔소리를 무서운 이야기로 대신한 게 아닌가싶어.



keyword
이전 11화복숭아는 원래 밤에 먹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