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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홍소금 Apr 18. 2024

키오스크 보다 사람이 좋아

센터는 요즘 강좌 재등록 기간이다. 재등록은 기존 회원들이 다음 달 재수강을 위해 수강료를 결제하는 것을 말한다. 연속해서 수강을 원하는 기존 회원들에게 신규로 등록하는 번거로움을 덜어 주기 위해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다.



재등록을 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가장 간편한 방법은 온라인으로 결제를 하는 것이다. 재등록 기간 내에 사이트에 들어가서 로그인을 하고 결제를 하면 끝난다. 회원과 직원, 양 쪽다 선호하지만 온라인으로 재등록을 하는 분들은 의외로 많지않다



두 번째는 강좌 수강을 위해 센터를 방문하는 날, 사무실에 비치 되어 있는 키오스크에서 결제를 하면 된다. 키오스크 화면에 재등록을 터치한 후 카드로 본인의 강좌를 인식을 시킨 뒤 결제하면 된다. 같은 키오스크지만 커피 주문 키오스를 떠올리면 안된다. 여러가지 메뉴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딱 한 가지로 정해져 있는 것에 터치하면 되므로 온라인보다 더 쉽고 간편하다. 하지만 재등록 첫날 1000명 가까운 재등록 인원 중 키오스크로 결제한 사람은 극 소수에 불과했다.



무통장 입금도 있지만 피치 못할 사정이 없는 한 권하지 않는다. 무통장 입금의 경우 여러 확인과정을 거쳐야 하고 금액이 조금이라도 착오가 생길 시는 조정 과정이 복잡하고 환불 과정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복작거림을 감수하면서 까지 너도 나도 고수하는 결제 방법은 무엇일까요?네네. 불멸의 대면 결제입니다.

대면 결제를 하려면 온라인이나 키오스크 결제와 달리 본인 확인을 위한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한다.

"성함은요?" 바쁘면 그냥 "성함?" 그래도 못 알아들으면 "선생님 이름이 뭐냐고요?"

동명이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확인 과정을 한 번 더 거친다

"전화번호 뒷자리 말씀해 주세요."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전화번호 뒷자리?"(따라하시면 안됩니다)



사람들이 붐비면 "저기  있는 키오스크에서도 할 수 있어요." 라고 말해 보지만

사람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제발 저리 가시라구요. 왜 멀쩡한 기계를 두고 제 앞에 와서 복작거리고 야단들이세요?'(이건 속으로만)

이런 모습은 주로 한꺼번에 몰릴 수 밖에 없는 자유수영, 아쿠아로빅, 수영강습 재등록에 해당되는 풍경이지만 강좌불문,그만큼 대면결제를 좋아한다는 말이다. 심지어 젏은 분들까지도 대면 결제를 선호한다.



나한테 꿀이 발려 있어서 죄다 몰려 오는 것은 아닐테다. 그러면 왜 사람들은 기계를 두고 사람에게 오는 것일까?



신속 정확한 걸로 따지자면 기계를 이길 수 없다. 물론 패스트 푸드점이나 여타 음식과 음료 주문은 대면이 훨씬 빠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키오스크는 그런 것들과는 뚜렷이 구별이 된다. 일단 선택할 메뉴가 없다. 글자만 읽을 수 있으면 된다.(너무 심했나?) 화면에 한 가지로 고정되어 있는 것을 터치하고 결제 카드를 인식 시켜 주면 된다. 이름이나  전화번호 뒷자리로 본인 확인을 할 일이 없으므로 시간이 단축되고 간편하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보다 키오스크에서 호다닥 결제해 버리면 될 텐데 하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조금이라도 편하고 싶은 나의 이기적인 생각에 불과하다. 회원들에게는 불편함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제법 친한 회원에게 물어봤다.

"왜 키오스크에서 안하고 데스크로 오시는 거예요? 패스트 푸드점처럼 여러가지 메뉴와 복잡한 옵션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최근 한 방송사에서 60~70대 어르신 2명의 일상을 따라가 보았더니 반나절 동안 맞닥뜨린 키오스크만 7개 였다고 한다. 많기도 해라. 하기야 키오스크 하면 커피점이나  패스트푸드점, 혹은 은행ATM기, 주민센터 무인발급기가 떠오르지만 일상 속의 키오스크는 훨씬 광범위한 것이 사실이다. 각종 자판기, 지하철의 무인 교통카드 판매, 건물 안내, 행사 박람회 등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각종 서비스기기들도  키오스크에 포함된다고 한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일을 보러 가는 곳마다 말 한마디 나눌 수 없는 기계를 상대해야 한다고 한다.



나도 얼마 전에 규모가 큰 브런치 점에서 식사와 음료를 시키느라 애를 먹었던 적이 있다. 수 많은 메뉴가 세분화되어 있어서 내가 찾는 음식의 종류 부터 헷갈렸고 음료에서는 더 헷갈려서 '키오스크 그 까잇거 대충' 하던 나도 적잖이 당황했었다.  



내게 질문을 받은 어르신들은 그냥 사람이 좋다고 했다. 사람과 사람이 눈을 마주치고 한마디라도 건넬 수 있어서 좋을 뿐만 아니라 일 처리를 할 때도 사람이 확인해 줄 때 더 안심이 된다고 했다.

"5월 재등록 완료 했습니다." 하면서 건네 주는 영수증을 받는 것이 기계가 출력한 영수증을 붙잡는 것보다 낫다고 다.   



회원이 말한 사람이 좋다는 말을 곱씹어 보았다.

사람, 그렇다. 사람들과 부대끼는 일을 하며 힘든 것보다는 위로를 받을 때가 훨씬 많다.



센터에는 재등록을 하러 오는 사람 뿐 아니라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사람들이 와서 똑같은 질문을 한다.

-신규 등록 언제에요?

-매월 23일 오전 9시 고정이고, 온오프라인 동시에 해요. 사무실에서도 해도 되고 온라인으로 하셔도 돼요.

-온라인은 어떻게 해요?

-음, 그걸 물어보실 정도라면, 온라인으로 못하세요. 그 시간에 사무실에 오시든가 아니면 손자들이 대신 온라인으로 하시든가요.(슈웅~돌직구)

-천상 와야 되겄네

-어르신, 필라테스 관련 강좌는 경쟁이 치열해서 9시에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더 일찍 오셔서 기다렸다가 하셔야 할 거예요.

-더 일찍 언제?



끝이 없다. 기계가 어떻게 이런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질문이 끝나고 한숨 돌리려는데 이런 말씀을 덧붙인다.  

-오는 사람마다 물어 볼건디 귀찮겄소?

그런 일 하느라 월급 받아 가는 내가 응당 해야할 일인 줄을 모르지 않을 텐데도 나의 노고에 대한 인사를 건네준다. 때로는 다른 사람의 입장 같은 건 모르쇠 하는 것 같아 보여도 사람들은 상대방의 수고를 다 알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인정이 많아서 궁금한 것도 많다.

어쩌다 며칠 휴가라고 갔다 오면 어디 갔다 왔냐고? 왜 안보였냐고 득달같이 안부를 묻는다

휴가 가서 쉬다 왔다고 하면 아파서 안 나온 것 아니면 안심이라고 하면서 환하게 웃어 준다.

사람과 사람만이 물을 수 있는 안부요, 걱정이며 안심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도 여전한 방식으로 수영장 입장 시간을 기다리며  줄지어 서 있는 징글 끔찍하지만 친근하며

사랑 많은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높인다.

"재등록 마감일 입니다. 까먹지 말고 어여 하세요."

생각해 보니 키오스크가 결코 해 줄 수 없는 말이다.  

이 맛에 사람사람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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