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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희 Jul 18. 2018

과대증에서 퇴사까지..

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

 안녕하세요! 남들보다 예민한 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쓴 진솔한 이야기입니다. 제 글이 저와 이 병을 앓고 있는 모든 분들께 희망을 심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에 글을 써봅니다.







 지난번에 썼던 글에 이어서 퇴사를 결심하게 된 사유에 대해 쓰도록 하겠습니다.


 과대증에 걸린 분들이 얼마큼 힘들게 자신들의 하루를 버티고 있는지 알려드리고 싶어서 글을 쓰는 것입니다. 한 번 읽어보고 저희와 같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에 제가 다니던 곳은 여자가 많았고 중견기업 규모의 회사였으며 업무는 단순 사무직이었습니다. 2,30대 여자가 주를 이루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문이 빠르게 났으며 그로 인해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속한 집단에서 자신과 관련된 소문이 나는 것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하시는 분들 많이 계시겠죠? 게다가 그 소문들이 더럽고 기분 나쁜 소문이라면 더 싫어하실 겁니다. 회사에서 저는 정말 안 좋은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저에 관한 소문이나 험담 심지어 앞담화까지 들었습니다. 초반에는 저도 이 직장생활에 적응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고, 정말 일 년 정도는 나름 직장동료와 잘 어울렸습니다. 출퇴근도 같이 하고, 점심도 같이 먹고, 수다도 함께 떨며 친분을 쌓아갔습니다. 하지만 사무직이다 보니 항상 앉아서 생활했으며 집에 돌아가서는 운동을 하지 않았고 야식을 즐겨먹기 시작하며, 과대증이 악화되었습니다. 그 후 저의 생활은 엉망이 되었습니다. 순식간에 더럽고 냄새나는 사람이라는 소문이 회사 내에 돌게 되었고 같이 어울려 다녔던 무리로부터 소외되고나서부터는 항상 혼자 다녔습니다. 점심도 혼자 먹고 회식조차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가며 피해 다니기 일쑤였습니다. 직장 내에서 인간관계가 안 좋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업무 능력도 저하되었으며, 매일 아침 출근길이 저에겐 고역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안 좋은 소문에 둘러싸여 스트레스를 받으며 회사에 다닌 지 1년 8개월 만에 사직서를 쓰게 되었습니다. 혼자 다니는 것도 나름 익숙해졌고 욕먹는 것도 익숙해졌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과대증이 심해져서 항상 심각한 냄새를 풍기던 저를 향해 다른 부서원 중 한 명이 저를 향해 혼잣말하는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아휴... 나 같으면 자살하겠다'


 그게 저를 향해 한 말이라는 건 확실했습니다. 그 당시 저의 상태는, 사무실에 앉아있는 제 옆을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코를 한 번씩 찡그리며 저를 흘끗 보고 갈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저에게도 그 냄새가 느껴질 정도였으니 타인에게는 얼마나 더 심하게 느껴졌을까요. 같이 근무하는 동료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근무했지만, 하루 하루 버티고 견디기가 벅차서 근무하는 동안에 늘 우울하고 우울했습니다. 우울하기는 했어도 비참한 기분이 든 것은 저 말을 듣고나서부터였습니다. 꼭 이렇게까지 이 회사에 다녀야 하나 회의감이 들었고, 결국 사직서를 쓰게 되었습니다.


 지옥 같은 나날들이 계속되었고, 과대증은 나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며 퇴사 날만을 기다리던 때가 엊그제 같습니다. 지금은 다시 취준생으로 돌아왔고, 매일 밤 악몽을 꾸지도 않으며, 매일 아침을 상쾌한 기분으로 맞이하고 있습니다. 돈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은 운동을 하며 나 자신을 소중히 가꾸고 있고, 항상 좋은 생각만을 하며 낮아진 자존감을 높이는 훈련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지금 생활은 지옥을 한번 경험해 본 저에게는 지상낙원이며, 다시 과거로 돌아가도 퇴사의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낮아진 자존감을 되찾기 위해 운동은 필수, 퇴사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저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며, 나날이 발전하는 저의 모습에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혹시 이러한 생활이 자신에게 주는 피해가 크다고 생각되고, 자존감을 떨어뜨린다면 퇴사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한때 끈기가 없고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주위 사람들에게 많이 들었지만, 지금의 생활은 180도 달라졌다는 것을 일깨워드리고 싶습니다. 남들이 뭐라 하건 본인의 감정에 충실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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