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남의 일만 할거야?
나는 원래 창업에 뜻이 없었다.
대기업에서 전성기를 달리다가 돌연 소기업에 합류한 것도,
단지 사장이라는 존재를 옆에서 보고 싶어서였다.
사장님이 나를 설득할 때, '내 밑에서 일해라'가 아니라
'같이 해보자'라고 하신 말씀을 곧이곧대로 들었기 때문에,
일을 할 땐 '나도 사장'이라고 생각하고 임했다.
고객을 A부터 Z까지, 사장처럼 붙잡았다.
견적부터 납품까지, 클레임 처리까지.
내 이름 석자가 회사보다 먼저 박히게 만들었다.
시간이 흘러 사장처럼 일하는게 곧 '사장'은 아님을 깨달았다.
독립을 결심했을 때, 기존 고객들이 마중물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그 첫 자본 덕분에, 지난 16년 동안 단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그때 알았다. 사업 아이템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 사람이라 불릴 수 있는 충성 고객이 있느냐가 관건이다.
모든 사업의 출발점은 고객이라는 기본 말이다.
이직을 하든, 창업을 하든, 고객은 회사가 아니라 사람을 따라온다.
대부분 직원은 “이건 회사 고객이지, 내 고객은 아니잖아”라고 말한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평생 남의 일만 하다가 끝나지 않겠는가.
내 이름을 각인시키면, 고객은 회사가 아니라 나를 기억한다.
“그 회사라서 거래한다”는 말보다
“그 사람이 있어서 거래한다”는 말이 훨씬 강력하다.
그래서 결국 답은 하나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고객을, ‘내 고객’으로 만드는 연습을 하자.
아이템보다 고객이 먼저다.
아무리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기꺼이 돈을 내줄 고객이 없으면 직업이 아니라 그냥 취미다.
탄탄한 고객이 먼저 있으면, 아이템은 바꿀 수 있다.
아마존도 처음엔 책만 팔았다.
하지만 고객이 있으니, 지금은 세상의 모든 걸 판다.
노키아는 종이 팔던 회사였고, 삼성은 건어물 가게였다.
넷플릭스는 DVD 택배업체였다.
그런데 고객에 집중하고 고객이 바뀌자,
주력 업종도 고객에 따라 바뀌었다.
인플루언서들은 팬덤을 이용하여 커머스를 한다.
믿고 지지하는 사람이 쌩뚱맞은 물건을 팔아도
정가보다 높은 가격이라도 사 주는 것이다.
스타트업 성공? 공식은 단순하다.
내가 뭘 팔더라도, 나를 믿고 첫 구매를 해주는 고객 한 명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고객은 제품을 사는 게 아니다. 그 사람에게 투자한다.
“저 사람이라면 믿고 가도 돼.” 이 말이 나오면, 이미 게임은 끝난 거다.
마치 인플루언서도 똑같다. 팔로워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내 말에 반응하고, 지갑을 열어주는 단 한 명의 팬. 그 한 명이 진짜 힘이다.
그러니 투자 유치를 하고자 하는 스타트업 사장님들이여,
아이템과 비전에 앞서 '당신 자신의 브랜드'를 먼저 어필하자.
왜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 '당신'이 이 사업을
잘 해낼 수 있는 건지 IR 고객들에게 설득하는게 중요하다.
나 자신을 혼신의 힘을 다해 브랜딩하는 것이 필요하다.
회사를 떠나도 “그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이미 사업은 시작된 것이다.
다음번 고객 앞에 섰을 때, 스스로 물어보자.
“저 고객은 우리 회사가 아니라 나를 찾는 사람일까?”
대답이 YES라면, 사업은 이미 절반은 성공한 거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걱정이 많아진 사장님들에게 전한다.
“직원이 내 고객을 끌어가는 게 두려운가?
그건 걱정이 아니라 축복이라고 답변 드리고 싶다.
고객을 데리고 나갈 정도의 경쟁력 있는 직원을 키워 내며
회사를 이끌어 온 사장님에게 찬사를 보낸다.
어차피 앞으로의 기업은 과거와 같은 전체주의 브랜딩 시대가 아니다.
'회사(company)'의 어원은 '같이 빵을 먹기 위해 만든 조직'이라고 한다.
그러니 기업은 개개인의 브랜드가 모인 '협동조합'일 뿐이다.
허울 뿐인 기업 브랜드 대신 각자가 주인의식을 가진 기업은
격동의 시대에도 흔들리지 않는 힘을 가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자.
고객이 특정되지 않는 그런 사업은 되도록 하지 말자.
결국은, 자신의 분야에서 창업을 하는게 유리하단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