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한 사람에겐, 중소기업이 곧 MBA다

평생 남의 일만 할거야?

by 손동진

불의의 사고로 작고한 토니 셰이의 명복을 빕니다.



전설적인 자포스의 창업자이자 CEO 토니 셰이.

하버드 출신의 화려한 엘리트다.

그런데 그가 한 말은 정말 흥미롭다.

"진짜 경영은 피자가게를 운영하면서 배웠다."

친구들과 함께 기름때 묻은 앞치마를 두르고,

뜨거운 오븐 앞에서 땀을 흘리며 피자를 굽던 그 시간들.

원가를 한 푼까지 계산하고,

매출이 떨어지면 밤새 고민하고,

화난 고객의 컴플레인을 직접 받던 그 모든 순간들이...

그 어떤 화려한 MBA 교재보다,

그 어떤 명망 높은 교수의 강의보다 훨씬 값진 것이었다는 고백이었다.


나도 그 말에 백 번 공감한다.

대기업에 다닐 땐 마치 내가 재무, 마케팅, 전략, 조직관리와 같은 경영 용어들을

적어도 입밖으로는 술술 지껄일 줄 아는 전문가처럼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그것들은 솔직히, 전부 PPT 속 단어였지 실전은 없었다.

근데 소기업으로 이직하고, 창업의 길로 들어선 순간...

진짜가 시작됐다.


재무 회계? 이제 생존의 문제다.

매출은 늘어났다. 좋은 신호였다.

그런데 인당 공헌이익을 계산해보니... 마이너스였다.

이건 보고서 속 숫자가 아니었다.

나와 직원들의 월급이, 우리 가족의 생계가 걸린 진짜 숫자였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납품가를 재조정하고, 원가를 한 푼까지 절약하고, 엑셀 시트를 붙잡고 밤새 검증한 결과...

몇 달 만에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뒤집어냈다.

그때 깨달았다. 진짜 재무는 교실이 아니라 전쟁터에서 배우는 것이라는 걸.


운영 관리? 이건 배틀 그라운드다.

교재에서 봤던 공급망 이론이 현실에 칼날처럼 나타났다.

경쟁사는 기술력 좋은 해외 납품업체를 독점하며 폭리를 취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직접 행동했다. 그 업체를 수소문해서 직접 찾아갔다.

담판을 벌였다. 독점권을 풀어내고 동일한 납품가를 받아냈다.

그 한 방에 시장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론서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짜릿한 승리의 순간이었다.


HR? MBA가 가르쳐 주기 정말 힘든 부분이다.

미안하지만 조직행동론 같은 건 새 날아가는 소리였다.

나는 기본급과 인센티브 비중을 설계하는데 혼신의 힘을 쏟았다.

인당 공헌이익을 기준으로 채용했고, 실적과 이익 구조를 직원들에게 모두 공개했다.

“심리적 안전감”이라든가, “자율적 동기부여” 같은 개념은

생존 위협이 덜한 기업에서나 작동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오늘 매출이 안 나오면 내일 월급을 못 준다”는 리얼리티의 현장이다.

HR 교과서에선 직원 만족도, 몰입도, 조직문화 같은 걸 강조한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기만 하다.

직원 개개인이 얼마 벌고, 얼마 남기고, 얼마 가져가는지가 더 큰 동기부여 요소니까.


나는 창업과 동시에 MBA 과정에 등록했었다.

졸업 논문 주제를 일찌감치 "우리 회사 경쟁력 분석"으로 잡았다.

그래서 회사가 곧 MBA 과정의 실험실이었다.

졸업 논문을 쓰면서 회사의 전략도 함께 정리되었다.

혹시 직장 MBA를 꿈꾸고 있다면...가능하다면 창업과 연계하면 좋다.

MBA에서 배우는 건 전략, 재무, 마케팅, 조직 이론들인데,

직원 입장에서는 좋은 전략을 떠올려도 실행할 수 없고, 구조를 바꿀 권한도 없다.

하지만 경영자는 즉시 적용할 수 있으니 MBA 프레임워크가 무기가 된다.

또한, MBA에서 배우는 건 결국 의사결정의 trade-off다.

리스크를 직접 감당하지 않는 위치라면, 배움이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
경영자는 결정 하나에 회사가 흔들리니, 배운 이론을 자기 살 깎아 쓰게 된다.


결국 누구나 창업을 해야 한다.

내가 나가기 싫어도 회사가 나가라고 등떠밀 날이 반드시 올 것이기 때문이다.

창업 이전에 중소기업에서 경험을 쌓기를 권유한다.

중소기업에서는 MBA의 모든 과목을 월급 받으면서 매일 실전으로 배운다.

잡무로 치부하고 끝낼 것인가, MBA 과제로 바꿀 것인가.

그건 오직 태도의 차이일 뿐이다.

책에서 배우는 MBA는 시간이 지나면 잊힐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피와 땀으로 부딪힌 MBA는 평생 내 것이 된다.

그리고 그 어떤 명문대 졸업장보다도 더 강력한 무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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