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우리 회사는 괜찮을까?
지브리풍 프사에 이어, 나노바나나 프사가 유행이다.
내 사진을 피규어처럼 만들어주는데, 퀄리티도 꽤 괜찮았다.
톡톡 튀는 눈망울에 동글동글한 뺨, 내가 실제보다 훨씬 사랑스러워 보였다.
카톡 프사도 바꿔봤고, 지인 단톡방에 올렸더니 "어머 귀여워!" "나도 해줘!" 반응도 좋았다.
잠깐이나마 내가 트렌드세터가 된 기분이었다.
문득 현타가 왔다.
제미나이 비디오, 노트북 LLM, 스튜디오 영상툴, 바이브코딩...
정신 차릴 틈도 없이 또 새로운 게 나오는데 이걸 언제까지 계속 따라갈 수 있을까.
어제의 '최신'은 오늘의 '퇴물'이 됐고, 오늘의 '핫템'은 내일이면 또 새로운 버전에 밀릴 거다.
마치 패션계의 시즌처럼, 기술도 이제 컬렉션을 발표하는 것 같다.
근데 이게 나만 이렇게 느끼는게 아닌거 같다.
다들 비슷한 투덜거림을 하는게 들려온다.
무슨 말인지 모를 프롬프트를 주워 섬기며,
MCP 공부한답시고 깃허브에서 JSON 복붙하던 그 시간들이 무의미해진다는 사람.
"temperature를 0.7로 설정하면..." "top_p 값을 조정해서..."
유튜버블이 가르쳐주는 이런 주문 같은 말들을 외우고,
커뮤니티에서 남이 짠 코드를 복사해서 돌려보고, 되면 신기해하고 안 되면 멘붕하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압박감에 억지로 해 본적도 있다는 사람.
근데 얼마 안가서 그럴 필요도 없어졌다고 자괴하는 사람.
바이브코딩은 알아서 그림 그리고, 코딩하고, 편집한다.
마치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척척 알아서 해주니 말이다.
한 마디로, 나는 점점 덜 노력해도 되는 시대인데 이상하게 점점 더 지치고 있다.
이상하지 않나? 기술의 목적이 인간을 편하게 해주는 건데, 왜 더 바쁘고 더 피곤할까?
마치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는 것처럼,
아무리 빨리 달려도 제자리이고,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기술은 분명 더 편해졌는데, 왜 사람은 점점 더 힘들까?
나는 이 현상을 '기술적 FOMO(Fear of Missing Out)'라고 생각한다.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강박이 계속 생기는 것이다.
새로운 툴이 나오면 "이걸 안 써보면 뒤처지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문제는 정보량이 아니다. 속도다.
'좀 익숙해지려고 하면 바로 바뀐다'는 패턴이 반복되니까, 집중이 안 된다.
몰입이 안 된다. 기껏 하나 익히고 나면 "이건 옛날 방식이에요"라는 말을 듣는다.
마치 방금 산 스마트폰이 다음 달에 구형이 되는 것처럼.
예전에는 포토샵을 배우면 10년은 써먹을 수 있었다.
파워포인트 고수가 되면 직장에서 인정받았다.
엑셀 매크로를 짤 줄 알면 업무 능률이 확실히 올랐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열심히 배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기법이 다음 버전에서는 필요 없어진다.
AI가 더 똑똑해져서 내가 멍청한 질문을 해도 알아서 이해해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번 나노바나나의 유행이 반갑다.
왜냐하면, 기술은 결국 '놀이'일 때 대중화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는 연구소와 대학에서만 썼다.
그러다가 게임, 채팅, 음악 다운로드로 인해 일반인들도 쓰기 시작했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블랙베리는 대놓고 '업무용 폰' 이었지 않나.
게임과 SNS가 들어오면서 모두의 필수품이 됐다.
카카오톡은 애니팡 덕분에 전국민 앱이 되었었다.
그게 기술이 진짜 대중에게 스며드는 방식이다.
놀면서 익히고, 익숙해지면서 쓰게 된다. 일종의 학습 과정이다.
나는 오늘도 또 새로운 걸 테스트한다.
지치면서도, 약간은 설레며. 새로운 앱을 다운받고, 회원가입하고,
튜토리얼 영상을 보고, 첫 번째 결과물을 만들어본다.
그리고 SNS에 올린다. "이거 진짜 신기하다!" 하면서.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쓰는 모든 기술들이 처음엔 누군가의 호기심과 실험 정신에서 시작됐다.
그러니까 좀 짜증나도, 기술은 계속 갖고 놀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