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함이 필요한 날 2

우울 스펀지

by 꿈꾸는 연어


슬퍼지려 하기 전에 충분한 당을 섭취해야 해. 그러나 달달함을 채워도 해결되지 않는 날이 있지. 그런 날에는 초콜릿이 최고의 영양제가 되기도. 어쨌거나 뭐든 먹어둬야 한다는 거야. 그런 다음에는 울어도 지치지 않을 수 있게.


울다 지치면 친구도, 약도 없다.


우울한 것들은 대개 질겨서 우울함을 흡수하나 봐. 나는 이 우울 스펀지가 바싹 마르도록 햇볕에 나가려고 조금의 노력을 하고 있어.

먼저, 환기를 시키고 먼지를 털어내듯이 주변을 살피려고 해.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게 밝음인지, 아니면 어둠인지. 어두운 우울의 요소가 남아 있으면 곧 무거워져서 마음이 가라앉게 되니까. 일단 바닥까지 내려가 무겁게 눌러앉은 우울 스펀지는 혼자 힘으로 짜낼 수가 없거든.


아빠가 보고 싶은 어른아이는 아무도 몰래 울면 그만인 줄 알았지만, 그러다 바닥 끝까지 내려앉아버린 거야.


사실 나는 어려서부터 어려운 순간, 낯선 상황에서 그저 웃는 아이였어. 두려움을 피하는 예민함을 키우지 못했던 건 그 때문이겠지.


나에게 있어 웃음은 가장 쉬운 표현이었는지도 몰라.


눈물을 숨기는데 왜 웃음이 사라져

웃어야 당연하던 내가 웃지 않게 되었을 때 관계의 모습도 달라지더라.


아빠가 떠나던 날

아침이 되자 거짓말처럼 밤새 퍼붓던 비가 그치고 하늘이 너무 맑았는데, 말간 구름에도 마음은 견딜 없이 무거웠던 날

그 하늘이 잔혹해서 웃고 싶지 않았어. 아니, 웃을 수 없었겠지만. 그런데 우습지. 얼마의 시간이 흐르니까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내가 또 웃고 있더라. 습관이라는 게 그래서 무섭다는 거겠지. 별로 웃기지도 않는데 웃고, 웃고 싶지 않아도 웃고.

그런 이유로 웃는 내가 싫어서 사람들을 피했어. 혼자 슬픔을 떠나지 못하게 끌어안고, 좀처럼 견디지 못하던 우울에 빠져 지냈지.


그러나 지독한 밤이라도
아침이 오면


결국 일어나야 한다는 것…


눈물이 흐를 수도 있지만, 살아있는 채 영영 누워 있을 수는 없더라. 그래서 울고 싶은 날에는 아침을 기다렸다 울기도 해.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그 밝음이 나를 위로하는 것 같았어. 세상의 밝은 것들은 우리를 도울 준비가 되어 있나 봐. 우리 곁에 있는 그것을 돌아봐 주기만 한다면 말이야.

달달함에 빠진다는 건 두근거림이 필요해서 일지도 몰라. 두근거리며 찾아온 새로운 시작의 알림을 무시해도 이미 새로운 날이 시작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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