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함이 필요한 날 1

슬퍼지려 하기 전에

by 꿈꾸는 연어

내가 작가를 지망하게 된 시작은 중학교에 다닐 때였어. 초등학생이던 막냇동생 담임선생님이 어린아이들을 차별하고 봉투를 요구하던 그런 시절이었기 때문이야.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고 싶은 수단이 글이었지. 책이 좋아서 방학이면 머리카락을 말릴 여유도 없이 도서관으로 향하던, 도착해서는 화장실에서 잠시 얼어있는 머리카락을 녹이던. 그 시간이 너무도 행복했어. 그런 시간들 속에서 내가 작가의 꿈을 키운 건 당연하겠지.


나는 글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고 싶었던 거야. 글을 이용해서 힘없는 사람들을 돕고 싶기도 했어. 글이 사람들의 굳은 마음을 바꾸고, 더 좋은 관계성 안에서 따뜻한 세상이 펼쳐지기를 희망했으니까. 그리고 글은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었어. 어쩌면 그만큼 내 주위의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쏟기 시작했던 걸 수도. 어쨌거나 그런 이유로 내가 지향한 작가의 길은 다른 사람들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사실이 지금 돌아보면 참 우스워. 뭔가 잘못 생각했던 거야.

돌아봄 끝에
방식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야기를 먼저 정리하는 !

그리고 아빠를 향한 마음을 풀어내는 .

공식적으로 슬퍼할 수 있는 날보다 더 미어지는 날은, 다시는 축하할 수 없게 된 기념일이야. 아빠가 떠나고 첫 해에는 먹고 싶었다는 핑계로 케이크를 사들고 와서 먹기도 했어. 그런 다음에는 아빠의 빈자리를 느낄 수 없게 집을 떠나 있기도 했고. 일부러 약속을 잡아 늦게 들어오던 것도… 남은 날 동안 다시는 축하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로 슬퍼지기 때문이었어.


여전히 축하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한 번도 상상할 수 없었던 마지막…


식어가는 아버지를 구급차로 이동하는 날 근처에 사시는 큰아버지가 장례식장에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계셨다. 내가 어머니와 함께 구급차를 타고 왔으므로 동생들은 아직 도착하기 전이었다. 내 손에는 동생과 연락을 위한 휴대폰이 전부였다.
아버지를 옮기고, 구급차가 떠나고 난 뒤에 큰아버지는 나에게 잠깐 와보라고 했다. 방금 얼마의 비용을 대신 계산해 주었으니 기억하고 있으라고.
나는 장례식장에서 거의 자리를 떠나지 않고 앉아 있었다. 내 손님들이 와도 잠깐 인사만 나눌 뿐 아빠 사진 앞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눈물만 흘려댔다. 그러자 큰어머니가 옆으로 와서, 나는 큰딸이며 내가 계속 울고 있으면 안 된다고 다그쳤다.
거기서부터 턱이 아프도록 이를 물고 눈물을 참기 시작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나는 엄마와 동생들을 위해 더 강해져야만 했어. 그게 나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을지 모르겠지만.


참기 힘든 눈물은 아빠의 진통제로 대신했지. 아빠가 남기고 간 진통제를 차마 버릴 수 없었기에 약봉지를 숨겨두고 눈물이 날 때마다 그 약을 꺼내 먹었어. 눈물을 흘리는 대신에 그렇게 꾸역꾸역 삼켰던 거야. 그래서 지금껏 어지간한 통증에는 아픈 줄 모르고 사는 것 같기도 해. 사실 난 아파도 괜찮아. 아빠가 느꼈을 고통에는 턱없이 모자란 고통쯤이야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아빠가 없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을 믿는 거였어. 내가 상처를 입었어도 달래줄 아빠가 없다는 건 그만큼 강해져야 하는 이유였고. 엄마와 동생들을 위로하기 위해 나는 괜찮아 보이려고 노력했어. 슬픔을 드러내면 굳게 먹은 마음이 약해질까 봐 점점 더 깊이 숨기려고만 하면서…… 친구들, 대학 동기, 선•후배, 직장 동료들 전부를 멀리했지.

회식을 하면 술을 핑계 삼아 화장실에 가서 들키지 않게 숨죽여 울기도 했어. 그게 버릇이 되었나. 지금도 아주 가끔은 그렇게 울어.


죽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살았어. 끝내 아빠에게 말하지 못한 고백 때문에 나는 마음에서부터 죽음을 향해 걷고 있었지. 죽기 위해서 사는 시간이었다고 말해야 할까. 내가 기다리는 건 언젠가 세상 떠나는 날이었으니까.


결국 내가 사람을 향한 미움을 남기기 싫어서 조심하는 건 상처가 두렵기 때문이야.


헛헛함을 채워주는 브라우니


얼마 전 다이어리에 적어 놓은 아빠 생신날을 발견했어. 날짜가 다가올수록 초콜릿이 당겼고. 모처럼 이번에는 케이크를 먹고 싶었는데… 그렇게 가족 모르게 혼자서 아빠가 세상에 왔던 날을 축하하고 싶었지만, 당일 아침이 되자 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어.


오늘은 아빠가 미워서.

아빠가 없어서 너무 힘들었다는 투정인가 봐.


왜 이별은 늘 예고도 없이 오는지...


아빠가 없는 난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어. 아빠 생전에는 그렇게도 싫던 것들을 전부 해낸 거야. 결국 아빠가 좋아했을 공부를 끝낸 것도, 아빠가 내게 바라던 삶을 선택했던 것도.


이만하면 나도 충분히 한 거야


너무 보고 싶어도 만날 수가 없으니까. 너무 보고 싶어서

그래서 그저 미워지는 거잖아.




하지만 그래, 나도 알아.

지금이라서, 내가 아빠 딸이라서

참 다행이라고.


아빠의 사랑은

결코 끊어질 수 없는 뿌리로

나를 지탱해 주었으니까.


아빠가 날 사랑해 준 시간보다

남은 날, 더 긴 세월 동안 그리워하면서

내가 아빠를 사랑할 시간이 더 많겠지만

아빠에게 받은 사랑의 깊이를

나는 평생이 걸려도 채울 수가 없다는 걸

내 사랑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어.

그러니까 내 남은 날도

늘 아빠 딸로 살아갈게.


아빠

아빠가 마지막까지 응원해 준

나의 글을 놓지 않을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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