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푸딩

이별도 없이 끝난 인연

by 꿈꾸는 연어

여전히 네가 사용하는 닉네임이 '푸딩'일까 하는 생각에 가끔 찾아보고는 해. 왜 나는 아직도 너에게 하지 못한 말들을 간직하고 있는지.

오래 하고 싶던 말을, 이제는 적어보려고.


내가 널 찾는 마음이 단순한 그리움이면 좋으련만 사실은 너에게 못한 말이 남아서, 그 미움이 참 켜켜이 쌓여서 원망을 키웠어. 마지막까지 솔직하지 못했던 그 마음은 누구를 위한 선택이었을까.

7년이더라, 우리가 이어져 있던 시간이. 그리고 기억나지도 않는 마지막 어느 순간은 10년쯤 되었을 거야. 그러고는 얼마간 더 연락이 있었지만. 아무튼 그렇게 오래 지났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고 말았지. 너와의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보낸 뒤에야 그 언젠가 끝났다는 걸 떠올리게 되었으니까.

잠시 내 시간을 가진 뒤에 너를 만나서 모두 이야기해 줄 생각이었다는…… 그 생각마저도 잊고 말았던 거야.


그 어디쯤에서 내 시간이 끝났다는 걸 너는 알까?




갑작스러운 삶의 변화는 내 전부를 바꿔 놓았어.


나보다 더 건강하게 보였던 아버지의 너무 짧았던 투병과 갑작스러운 장례가 모든 걸 허물었어. 보란 듯이 이루어야 할 수많은 계획들이 고스란히 쓰레기통에 버려졌지.

세상이 무너진다는 건 그 자체로 현실이었어. 아무것도 이루고 싶지 않았으니까. 나를 지탱하던 세상이 사라져 버린, 그토록 텅 빈 실체감 없는 공허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난 그런 마음도 숨기고 있었어. 네가 겁먹고 걱정할까 봐 참았는데……

너는 내 앞에서 너의 부모님 걱정을 하며,
건강검진 예약을 했다고 말했지.
그러고는 미리 챙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이미 한 번 헤어졌던 우리가 다시 만나지 않기를
바란다던 너의 누나가 한 말도 내게 전했지.

그래서 내가 떠나야 했던 거야.


다시 만나면, 그때
다 설명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시만 떠나 있자던 생각이 그토록 길어질 줄은 정말 몰랐어. 갑자기 찾아온 널 어떤 표정으로 마주해야 하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더라. 그 후로 난 누구에게든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늘 거리를 두게 되었지.

내 경험에 비추어 마지막은 늘, 예고도 없이 인사를 나눌 기회도 주지 않고 끝나 있었으니까. 어쩌면 난 인사 없는 마지막을 받아들이는 게 어려웠는지도 모르겠어.


너는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상상할 수 없겠지. 내 멋대로 사라져 놓고 무슨 원망이냐고 말이야. 그렇게 넌 네가 무심코 꺼낸 말들이 얼마나 깊이 박혔는지 짐작도 못하겠지.


기억하지도 못할 테니까


그런데 나는 왜 여태 너에게 못한 말들을 기억하고 있었을까? 이제는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래서 받아들이려고 해. 우리의 인연은 그때 끝났다는 걸. 안녕이라는 인사도 없이, 곧 다시 만날 것처럼 돌아서던 그때 이별도 없이 끝난 거라고.

이별인 줄도 모르고 끝나버린 인연의 허망한 끄트머리에 남아있던 원망은 너에게 넘길게. 그렇지만 내 세상이 무너져서 힘들어하던 그때 나를 위로하기 어려웠을 널 조금은 이해해줄게.


내 마음에 남아있던 말을 전부 꺼내고 난 뒤에야 괜찮아질 것 같았는데. 그때까지는 이별이 아닐 줄 알았는데… 그래, 뭐든 상관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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