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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FJack Aug 16. 2023

교집합을 찾는 교육

나와 우리를 이어주는 길

뭔가를 공유하던 때였다.


어린 시절을 잠시 떠올려보면 매일 신나고 들뜨는 날들이 많았다. 그리고 학교에 가는 것이 즐거웠다. 친구들과 함께 할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들과 함께 장난을 치고, 전 날 있던 별 거 없는 일들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 학교 체육대회나 축제가 다가올 때면 학교 전체가 들썩거리고 단합이 뭔지 보여주겠다는 굳은 결의를 다지는 친구들을 따라 반마다 뭉쳤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며 진심으로 서로 어울렸다(때론 다투기도 했다). 아마도 이 모든 것은 공유할 수 있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래서였을까. 나보다 우리가 먼저였다.


사회에 나온 후에도 개인보다 조직이 우선이었다. 과장님이 퇴근하지 않으면 부서의 직원들은 다들 서로 눈치를 보며 끝까지 남아 있었다.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라는 격언 수준의 표현이 지극히 정상(혹은 일상)으로 취급받았다. '회식 문화'라는 표현까지 있었으니 거의 문화 현상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거기에 부서의 일은 모두의 일이라며 조금씩 나눠서 같이 하곤 했고, 어느 쪽이 진짜 집인지 헷갈릴 만큼 오랜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곤 했다. 그래도 덕분에 동료 간에 같이 할 얘기도 (물론 일도!) 많았었고 뭔가 유대감 혹은 친밀감 같은 것이 있었다.



개인을 우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 우리보다는 나를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학생 맞춤형 주도 학습을 외치며 개별 학생의 서로 다른 모습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개인의 수준과 관심에 맞는 교수 설계가 필요했고, 개성과 창의성이 존중되는 환경이 되었다.


사회에서는 야근을 막으려 정해진 퇴근 시간 이후에는 컴퓨터가 자동 종료되도록 정하는 회사들도 있었다. 회식 문화는 정시 퇴근 문화로 바뀌었고,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과 업무 시간 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유행했다.


이러한 변화에도 코로나19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2023 디지털 미디어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소위 MZ 세대(Millenial 세대: 1980년대 초~1990년대 중반, Z 세대: 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의 48%가 실제 공간보다 온라인으로 더 많이 소통한다고 조사에 답했다. 어찌 보면 우리보다 내가 더 우선순위에 놓이는 것은 전혀 놀랍지 않은 현상일 수도 있다.



교육은 교집합을 찾아주는 것


교육은 생물과도 같아서 환경이 변화하면 그에 맞춰 변한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시대의 개별화, 맞춤형 학습의 흐름에 따라 우리 교육은 개별 학습자에 맞춘 학습 효과 향상을 추구하고 있다. 개인적 차원에서 이는 지극히 바람직하고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글 '교육의 핵심: 비판적 사고'에서도 살펴보았듯이 교육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모든 행위를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이며 수단'이다. 여기에서 '삶'은 개인과 사회 구성원 둘 다의 삶을 의미한다. 개인의 삶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전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협력하고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행위 또한 그만큼 가치가 있고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교육은 개인의 삶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삶이 만나는 교차 지점, 다시 말해 교집합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집합은 수학에서 '두 집합 A와 B가 있을 때 집합 A, B에 공통으로 속하는 원소 전체로 이루어진 집합'을 뜻한다. 영어로는 intersection으로 표현하며, 이 단어의 일반적 뜻은 '교차로, 교차 지점'이다. 결국 현재 우리 교육에 주어진 중요한 과제는 바로 이것이다.


AI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학습을 넘어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 학습을 지원하면서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 역량을 동시에 기르는 것



나누고 싶은 질문


1. 여러분은 현재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나요?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혹은 유지하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비결(혹은 원인)은 무엇인가요?


2. 우리 교육은 위에서 언급한 교집합을 찾는 과제를 적절히 수행하고 있나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참고자료


Hyper-personalization

초개인화

실시간 데이터와 함께 인공지능(AI)을 사용하여 고객별로 매우 세분화된 제품, 서비스 또는 콘텐츠를 생성하는 마케팅의 한 형태


2023 디지털 미디어 트렌드 제 17판: 몰입과 연결


The right to disconnect

연결되지 않을 권리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은 '업무 외 시간에 업무에서 벗어나 이메일이나 기타 메시지와 같은 업무 관련 전자 통신을 멀리할 수 있는 근로자의 권리'라고 규정함. 프랑스에서 세계 최초로 이 권리를 법제화하였고, 벨기에, 포르투갈도 관련 법을 시행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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